지난 8일 청주에 있는 의료기기 제조회사 메타바이오메드의 오석송(67) 회장 집무실 벽 한편에는 커다란 세계지도가 있었다. 지도 위 100여국에 동그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메타바이오메드가 치과 치료재료와 수술용 봉합실을 수출하는 나라를 표시한 것이다. 오 회장은 “현재 치과 신경치료 충전재 분야에서 점유율로 세계 1위”라며 “2030년에는 세계 1위 제품 5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메타바이오메드는 매출의 88%가 해외 수출에서 나온다. 오 회장은 “1990년 회사 설립 당시부터 국내보다 규모가 큰 해외시장을 겨냥했다”며 “지금까지 회사의 경쟁자는 늘 해외기업이었다”고 말했다.
◇충전재 세계 점유율 25%
메타바이오메드는 글로벌 무대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한 강소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치과 신경치료용 충전재와 수술용 봉합실. 치과에서 신경 치료를 한 뒤 빈 공간을 막아야 하는데, 충전재가 그 역할을 한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유명 업체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형태로 공급돼 점유율 25%를 기록하고 있다. 오 회장은 “회사가 개발한 제품은 고객에 맞춘 다양한 규격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이 적용됐다”고 했다.
몸 안에서 분해되는 수술용 봉합실도 주요 수출품이다. 봉합실은 수술 직후엔 상처 부위를 단단히 잡아줘야 하지만, 일정 시간이 흐르고서는 녹아야 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로 하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봉합실을 개발하는 회사는 단 7개뿐이다. 한국에선 삼양과 메타바이오메드 2곳이다. 이 시장에서 100년이 넘은 존슨앤드존슨 같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것이다. 오 회장은 “100년도 넘은 큰 회사를 상대로 시장 점유율 싸움을 하면, 마치 거대한 코끼리를 옆에 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며 “그런 기업을 상대로 시장 점유율 싸움을 하면서 느끼는 쾌감도 있다”고 말했다. 봉합실은 중국, 유럽, 중동 등 50여국에 수출 중이다.
◇5000만원 들고 연 500억 매출 키워
오 회장은 메타바이오메드를 세우기 전 두 번의 사업 실패를 겪었다. 그는 자신이 일하던 치과용 충전재 생산 회사가 노사분규로 문을 닫자 1989년 아파트를 팔아 인수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노조에 밀려 회사를 나와야 했다. 1990년 가족들의 돈을 빌려 다시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공장을 짓고 재도전했지만 품질문제로 3년 만에 현지에서 철수했다. 남은 건 빚 4억원뿐이었다.
벼랑 끝에 몰려 극심한 좌절감도 느꼈다. 그때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5000만원으로 다시 일어났다. 1993년 청주의 한 동네 지하실에서 시작해 현재의 회사로 만들었다. 오 회장은 “‘끝까지 버텨보자'는 생각과 태도로 모든 일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직접 발로 뛰며 수출길을 열었다.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꼴로 해외 출장을 나섰다. 특히 빨간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빨간 넥타이를 매기 시작했다. 그는 “각국을 다닌 거리를 합치면 지구 140바퀴 정도 될 것”이라며 “중국에서는 하루에 800km 이상을 택시로 이동하며 투자자를 만났다”라고 말했다. 회사 내 그의 별명은 ‘오 대리’라고 붙은 이유다.
2008년 코스닥 상장 전까지는 매출이 매년 30%씩 고성장했다. 최근까지도 10% 내외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코로나로 지난해 매출은 2019년 525억원보다 떨어진 416억원이었다. 오 회장은 “올 상반기 실적은 2019년만큼 회복했다. 올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구축해온 해외 영업망 덕분에 다시 회복세로 돌아선 것이다.
꾸준한 연구·개발(R&D)도 회사 경쟁력의 비결이다. 중소기업이지만 전체 400여명의 직원 가운데 30명의 연구인력을 두고 있다. 전체 매출액의 6%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신제품 출시와 우수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고 해외 특허등록을 포함해 총 49건의 특허 등록이라는 성과를 냈다.
오 회장은 “코로나를 겪으며 주기적으로 벌어질 이런 팬데믹(대유행) 앞에서도 100년 성업을 위해 끝까지 버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회사는 앞으로도 새로운 제품을 통해 성장을 지속할 계획이다. 오 회장은 “소아치과 전문제품을 개발하고 3D(입체) 프린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의료기기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