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끝에서 나오는 땀으로 혈당이나 비타민 측정용 센서에 필요한 전기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손가락에 밴드 형태의 발전(發電) 장치를 붙이고 잠을 자면 손목시계도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의 조셉 왕 교수 연구진은 13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줄’에 “손가락 끝에서 나오는 땀이나 압력 변화를 전기로 바꿀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손가락 끝에 밴드처럼 잘 휘어지는 발전 장치를 붙이고 10시간 잠을 자면 전자손목시계를 하루 쓸 수 있을 정도인 400밀리줄의 전기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 발전장치에는 압력 변화로 전기를 만드는 압전 소자도 붙여 1시간 타이핑을 하거나 컴퓨터 마우스를 누르는 동작으로 30밀리줄의 전기를 추가 생산했다.
◇땀에 포함된 젖산에서 전자 얻어
최근 몸에 착용하는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센서들이 개발돼 운동선수의 가속도나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측정하고 있다. 문제는 센서 작동에 필요한 전기이다. 배터리는 몸에 착용하기에 거추장스럽고 작동시간도 짧다. 태양전지는 밤에 쓸 수 없다.
연구진은 땀에 주목했다. 땀에는 무산소 호흡의 부산물인 젖산이 들어있다. 효소가 이 젖산을 피루브산으로 분해하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전에도 땀에서 전기를 얻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일부러 운동을 해서 땀을 흘려야 해서 실용성이 없었다.
UC샌디에이고 연구진은 손가락 끝에 배출되는 땀을 이용했다. 손가락 끝은 우리 몸에서 땀샘이 가장 집중된 곳이다. 손가락 끝은 인체 다른 곳보다 100~1000배나 많은 땀을 낸다. 심지어 겨드랑이보다 땀을 많이 흘린다. 손가락 끝이 늘 공기에 노출돼 있어 땀이 금방 날아가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손가락 끝을 감싸는 발전 장치는 먼저 하이드로겔로 땀을 흡수한다. 하이드로겔은 묵이나 젤리처럼 물을 함유해 말랑말랑한 물질이다. 겔 위에는 전극 역할을 하는 세 층이 있다.
두 층은 젖산에서 전자를 뽑아내는 효소를 갖고 있고, 다른 층에는 이 전자로 산소를 물로 바꾸는 백금 촉매가 들어있다. 결국 땀에서 나온 전자가 전극을 차례대로 이동하면서 전류가 발생한다. 이 전류는 밴드에 같이 있는 박막형 축전지에 저장했다가 센서를 작동할 때 쓸 수 있다.
연구진은 이 발전 장치로 웨어러블 비타민 C 센서와 측정 수치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를 작동하는 데 성공했다. 열 손가락에 모두 적용하면 발전량은 10배로 늘어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캘리포니아공대의 웨이 가오 교수는 사이언스에 “이번 발전 장치는 인체로부터 끊임없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며 “전력 관점에서 웨어러블 센서의 상용화를 가능하게 해줄 장치”고 평가했다. 왕 교수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물건을 만지는 것 같은 일상적인 동작에 이 발전장치를 적용할 수 있다”며 “우리 목표는 사용자가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