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 이동형 검사실./씨젠

진단 키트 업체 씨젠은 지난 2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국제 진단·의료기기 전시회 ‘메드랩2021’에서 이동형 현장검사실 ‘모바일 스테이션’을 공개했다. 병원이 아닌 학교나 공항, 군부대 같은 다양한 장소에 설치할 수 있는 검사 시설이다. 하루 최대 7500명까지 검사할 수 있고, 검체를 채취해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3시간 30분이다. 씨젠은 “코로나뿐 아니라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나 인유두종 바이러스, 성매개 감염증 같은 전염성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일상 속 각종 감염병을 진단하는 시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 호황을 누렸던 진단 키트 업계가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업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뿐 아니라 생활 속 다양한 감염병을 겨냥한 진단 키트 개발에 나서거나, 아예 신약 개발이나 디지털헬스케어 같은 새 영역에 진출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 확산세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는 불안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코로나 종식 이후 닥쳐올 실적 급감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진단 업체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씨젠의 이동형 검사실 내부 모습./씨젠

◇“생활 속 진단 목표”

지난해 국내 제조 코로나 진단 키트 수출액은 23억달러(약 2조 6000억원)였다. 씨젠을 포함해 주요 진단 키트 회사들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10~20배씩 뛰었다. 하지만 동시에 위기감도 커졌다. 코로나 호황이 계속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진단 업계의 춤추는 주가는 그 같은 불안감을 반영한다. 백신 도입으로 대유행이 꺾이는 듯하면 주가는 고점 대비 10~30% 이상 빠지고 변이 바이러스 유행이 시작되면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진단 업체들은 단기적으론 전 세계에 퍼진 변이 바이러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현재 영국, 남아공 등지에서 변이가 발생했고 특히 델타(인도) 변이는 세계보건기구가 ‘세계적인 지배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에선 셀트리온과 휴마시스가 영국과 남아공, 브라질, 미 캘리포니아와 뉴욕발 변이를 검출하는 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시선바이오도 코로나 변이 진단 키트를 개발했고, 지난 4월에는 코로나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하는 키트에 대해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진단 업계는 코로나 외에 다양한 질병 진단과 검사에 사용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확산하는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실제로 진단 키트는 여러 질병 외에도 식품이나 식물, 반려동물 검사 등 다방면에 활용된다. 씨젠은 코로나 외에도 호흡기·소화기 질환과 뇌수막염 등을 진단하는 제품을 개발했고 진시스템은 알레르기·결핵 진단 키트를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식중독 검출 키트를 내년부터 일반 가정에 렌털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많은 사람들이 진단 키트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이를 기회로 삼아 ‘생활 속 진단’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사 투자로 사업 확장

투자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진단 키트 일변도의 사업 영역을 신약이나 바이오 분야로 확장하는 기업들도 잇따르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지난 3월 20억원을 투자해 코넥스(벤처·중소기업 전용 거래소) 상장사 에이비온의 지분 1.9%를 확보했다. 에이비온은 항암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랩지노믹스는 면역 진단 업체 켈스의 지분 약 10%도 취득했다. 코로나로 좋은 실적을 기록할 때 지분 투자를 통해 외형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사업 분야에 도전하는 곳도 있다. EDGC는 노아바이오텍과 함께 배양육 사업에 진출한다. 3D(입체) 프린터로 소의 근육·지방세포를 배양하는 기술로 2023년 시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필로시스헬스케어는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에 부설 연구소를 설립해 디지털 헬스케어와 원격진료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