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박사급 연구원에게 ‘경고’ 처분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내부 절차를 위반해 부서장 승인 없이 연구원 내부 자료를 유출했다는 이유지만, 한국원자력학회와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한국원자력연구원지부는 “이번 징계는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보고서를 작성했기 때문으로, 명백한 학술 활동 자율성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문제가 된 건 지난 4월 26일 한국원자력학회가 공개한 보고서다. 보고서는 원자력연구원 황모 박사가 지난해 8월 작성한 것으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처분으로 인한 우리나라 국민의 방사선 영향’이라는 제목이다. 보고서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로 인한 방사선 영향이 한국에는 미미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염수 방류가 일본의 정보 공개 부족으로 위험도 예측이 안 된다는 정부 입장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원자력연구원은 5월 24일 황 박사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부서장 승인 없이 보고서를 작성했고 정부에서 발표한 보도 자료 내용과 배치됨에도 보고서가 학회를 통해 공개됐다는 이유였다. 징계위원회는 지난 7일 황 박사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으나, 황 박사는 장관 표창이 있어 견책 처분은 경고로 경감됐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계에서는 “이번 징계 절차가 극히 이례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원자력학회도 지난 14일부터 회원 5000여 명을 상대로 황 박사에 대한 연구원 측의 경고 처분에 대한 항의 서명을 받고 있다. “정부 입장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진행한 명백한 표적 징계로, 학술 활동의 자율성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는 이유다. 원자력연구원 노조도 “보고서 내용이 정부의 내용과 일치했다면 징계했을까”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연구원은 “방사능이 아무 문제 없다는 자료가 발표되면 사회적 파장이 예견된 상황에서 부서장 승인 없이 유출한 것은 절차 위반”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