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담뱃잎을 이용해 면역증가제가 필요 없으면서도 효능이 우수한 조류독감 백신을 개발했다.
포스텍(포항공과대) 생명과학과 황인환 교수팀은 10일 “식물을 이용해 면역증가제 없이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강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재조합 단백질 백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통합식물생물학저널’에 최근 게재됐다.
◇면역증강보조제 없이도 강력한 효과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중국, 유럽 등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철새를 따라 전파된다. 사람에게도 전염된다는 연구도 보고돼 이에 대비한 백신이 필수다.
연구진은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니코티아나 벤타미아나’라는 식물에 주입해 단백질 덩어리를 만들었다. 호주 원산지인 이 식물은 연초를 만드는 니코티아나 타바쿰과 같은 담배속(屬)이다. 이후 연구진은 단백질을 불활성화된 유산구균 표면에 코팅해 항원을 운반하는 박테리아를 만들었다. 단백질을 실은 박테리아는 몸 안에 들어가서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연구진은 이 백신이 면역 증강 보조제 없이 생쥐와 닭에서 강력한 면역 반응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또 서로 다른 두 가지 조합으로 백신을 제조해도 두 항원 모두에 대해 강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백신을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또한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인환 교수는 “식물을 활용해 안전한 재조합 단백질 기반의 백신을 개발했다”며 “인플루엔자의 경우 다양한 변종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는데 여러 종의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이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를 통한 백신은 특허 출원 이후 바이오앱으로 기술이전이 완료돼 국내는 물론 중국과 동남아 진출을 목표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안전하고 경제성 있는 담뱃잎 백신
한편 식물을 이용한 백신 개발이 최근 활발하다.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캐나다 바이오기업 메디카고가 지난 3월 담뱃잎을 재배해 만든 코로나 백신이 최종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갔다.
메디카고는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니코티아나 벤타미아나에 주입해 백신을 개발했다. 메디카고는 GSK의 면역증강제와 함께 18세 이상 3만명에게 시험한다. 임상 3상은 미국과 캐나다 등 10국에서 진행된다. GSK는 중간단계 임상시험에서 코로나에서 회복된 환자들보다 10배 높은 보호 항체 수치를 보였다고 밝혔다. 최종 결과는 올해 말쯤 나올 예정이다.
이처럼 식물을 이용한 이유는 안전성 때문이다. 메디카고가 담뱃잎에서 추출한 입자는 겉모양은 바이러스와 똑같지만 유전물질이 없어 인체에 들어가도 복제되지 않는다. 또 담뱃잎 백신은 기존 백신처럼 병원성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 없다. 식물에는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바이러스가 감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속도도 빠르다. 독감 백신처럼 달걀에 바이러스를 주입해 백신을 만들면 6개월이 걸리지만 담뱃잎 백신은 6주면 된다. 대량생산은 식물 재배가 훨씬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