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보다 작은 알갱이가 꿈틀댄다. 현미경으로 보니 작은 심장이 박동을 하고 있다. 세계에서 처음 만든 ‘미니 심장’이다.
오스트리아 분자생명공학연구소의 사샤 멘드잔 박사 연구진은 지난 20일 국제 학술지 ‘셀’에 “세계 최초로 심장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오가노이드는 장기 세포를 실험실에서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으로, 일종의 미니 장기(臟器)다. 과학자들은 오가노이드로 약물을 시험하거나 장기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진이 만든 심장 오가노이드는 지름 2㎜로 분당 60~100회 박동했다. 내부에는 실제 심장과 같은 심방 구조도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뇌와 간, 대장의 오가노이드가 잇따라 나왔지만 심장 오가노이드는 만들지 못했다. 심근세포를 배양하면 박동은 하지만 심장의 심방과 심실 구조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심장 형태의 틀에 심근세포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미니 심장을 만들기도 했지만 실제 심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연구진은 세포 배양 조건을 달리해 문제를 해결했다. 먼저 다 자란 세포의 발생 시간을 거꾸로 돌려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상태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었다. 이 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랄 수 있는 원시세포와 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 다음에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다양한 농도의 배양액에서 키우면서 실제 태아 조직과 같은 형태로 자라는 최적 조건을 찾았다.
연구진은 심장 오가노이드를 1주일 배양하자 수정 후 25일 된 태아의 심장과 같은 수준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때 심장은 내부 방 구조가 하나만 있다. 나중에 이곳은 좌심실이 된다. 심장 오가노이드도 마찬가지였다. 형태뿐 아니라 내부 구조도 같았다. 심장 오가노이드는 태아의 심장처럼 가운데에 심근세포가 있고 바깥은 심장 외막, 안쪽은 상피세포가 있는 구조였다.
미니 심장은 선천성 심장 기형과 같은 심장 질환을 연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아기는 심장에 상처가 나도 흉터가 남지 않는다. 연구진은 질소가스로 냉동한 작은 핀으로 미니 심장에 상처를 내는 실험을 했다. 그러자 심장의 상피세포가 상처 부위로 옮아가 죽은 세포를 대체해 흉터를 남기지 않았다. 미니 심장이 실험에서 실제 심장을 대신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미니 심장은 박동은 하지만 아직 혈관과 연결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앞으로 미니 심장에 혈관을 연결해 피를 뿜어낼 수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미니 심장이 미니 간으로 피를 보내는 모습을 볼 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