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에서 혈구(붉은색)가 자석과 반대 방향으로 분리되고 있다. UNIST 연구진은 자석으로 혈장(액체 성분)을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UNIST

자석으로 혈액에서 액체 성분인 혈장을 깨끗하게 분리하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앞으로 감염병 진단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강주헌 교수팀은 “미세 칩 속을 흐르는 혈액에 자석을 갖다 대면 혈장과 혈구가 분리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스몰’에 12일 발표했다.

혈액은 적혈구·백혈구 같은 혈구와 노란 액체인 혈장으로 이뤄져 있다. 혈액검사로 찾고자 하는 세균 유전자나 단백질은 혈장에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혈액에서 혈장만을 깨끗하게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먼저 혈액에 자석에 반응하는 상자성 입자를 넣었다. 상자성 물질은 세포인 혈구에는 붙지 않고 액체인 혈장에 녹아든다. 혈액에 자석을 대면 자석과의 반응성이 떨어지는 혈구는 자석에서 멀어진다.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혈구 세포 함량이 0%인 순수한 혈장을 빠르게 얻을 수 있었다. 전원 없이도 혈장을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상자성 물질은 혈장을 분리한 후 자석으로 쉽게 제거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자석 덕분에 적혈구가 터지는 용혈 현상이나 혈구 오염이 없는 순수한 혈장을 빠르게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이렇게 분리한 혈장에서 일반 원심분리기술로 분리된 혈장보다 2배나 더 높은 세균 유전자를 검출해 냈다. 죽은 세균 안으로 자석과 반응하는 상자성 물질이 들어가면서 더 많이 검출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혈장 분리 없이 바로 혈액을 검사할 수 있는 작은 진단 칩도 개발했다. 진단 칩으로 전립선암을 진단할 수 있는 단백질도 검출했다. 강 교수는 “기존 원심분리 기술보다 혈장 분리가 쉬워 현장 진단뿐 아니라 다양한 의료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