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서 사람으로 신종(新種) 코로나 바이러스가 옮겨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앞서 돼지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됐다는 발표도 나왔다. 이들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직 사람 간 전염은 일으키지 않았지만 언제든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새로운 코로나 대유행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듀크대의 그레고리 그레이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임상 감염병’에 “2018년 말레이시아에서 폐렴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어린이 8명이 개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개의 코로나에 인간 감염 첫 사례 나와
코로나 바이러스는 표면에 왕관(코로나)처럼 돌기가 있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사람에게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7종이다. 일반적인 감기를 유발하는 4종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이번 코로나를 유발한 바이러스(SARS-CoV-2) 등 3종이 있다. 듀크대의 연구 결과는 처음으로 개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어린이들은 기다란 전통 가옥에서 여러 사람들과 같이 거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집에서 가축이나 야생동물과 접촉하면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다행히 말레이시아 어린이들이 감염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전염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어린이들은 병원에 입원한 지 4~7일 만에 회복됐다.
앞서 플로리다대 연구진은 지난 3월 의학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에 “아이티 어린이들이 돼지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14~2015년 아이티에서 열병에 걸린 어린이 3명에서 채취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배양하면서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해당 바이러스가 돼지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이티 어린이들이 감염된 돼지 코로나 바이러스는 원래 새들에만 감염된다고 알려진 종류였다.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가 2012년 홍콩에서 돼지에게 옮겨간 것을 확인했다. 같은 바이러스는 2014년 미국에서 어린 돼지에게 치명적인 설사병을 유발했다. 가금류에도 같은 설사병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새-돼지 건너간 코로나도 인간에게 감염
과학자들은 두 연구 결과는 코로나 대유행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 종류가 더 늘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사스와 메르스도 각각 사향고양이와 낙타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되면서 발생했다. 미국 아이오와대의 바이러스학자인 스탠리 펄만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에 “연구가 더 확대되면 곳곳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들이 종간 장벽을 넘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확인된 바이러스도 이미 여러 동물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섞인 형태였다. 듀크대 연구진은 “말레이시아의 한 어린이에서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러 동물이 결합된 신화 속 동물인 키메라처럼 네 가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섞인 형태였다”고 밝혔다.
두 가지는 개의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왔으며, 고양이와 돼지의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온 것도 하나씩 있었다. 또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될 때 열쇠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돌기) 단백질도 개와 돼지, 고양이의 것이 섞인 형태였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코로나 대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인간과 동물의 접촉이 빈번한 곳에 대한 바이러스 감시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대의 랄프 바릭 교수는 사이언스에 “이 연구 결과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종간 감염과 사람 간 전염 가능성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절실하게 필요함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듀크대의 그레이 교수는 “가축 시장이나 농장처럼 사람과 동물의 접촉이 빈번해 신종 바이러스가 나오기 쉬운 지역의 폐렴 환자에 대해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