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제약사 유한양행이 지난 11일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치료제 ‘제다큐어’를 출시했다.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은 사람으로 치면 알츠하이머 치매와 비슷한 동물 질환으로, 배변 실수나 한밤중 이유 없이 짖는 것 같은 행동이 전형적 증상이다. 이 약은 국내 첫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치료제로 치매 동물 시험에서 뇌신경세포 사멸이 줄고 인지 기능이 개선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개발사인 국내 바이오업체 지엔티파마는 반려동물도 수명이 길어져 치매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을 겨냥했다.
GC녹십자랩셀은 지난 3월 동물진단검사 전문 회사 ‘그린벳’을 설립했다. 수의사 출신으로 구성된 동물 건강검진 센터는 혈액 분석 기기를 갖추고 반려동물의 알레르기나 각종 질병을 알려준다. 회사 측은 “반려동물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할 수 있는 예방·치료·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펫코노미’(펫과 이코노미의 합성어) 시장 본격 공략에 나서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서 관련 제품이 기업들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9.7%에 이른다. 유통·IT(정보기술) 기업들이 반려동물용 건강기능식품이나 전자제품 시장을 열고 있는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회사들도 동물용 신약과 건강관리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대형 제약사들 시장 뛰어들어
국내 동물의약품 시장은 1조2040억원(2019년 기준)으로 국내 의약품 시장(약 24조원)의 약 20분의 1수준이다. 하지만 연평균 7%씩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기존 중소제약사들이 주도하던 동물의약품 시장에 대형 제약사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동국제약은 지난 3월 주총에서 ‘동물용 의약품 제조·수입 및 판매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했다.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해 동물의약품 시장 진출을 결정한 것이다. 대웅제약은 동물 의약품 브랜드 ‘하트리트’ 상표를 출원하고 구충제, 영양제 같은 동물 의약품을 본격 수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이오 기업들도 동물용 신약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반려견도 고령화로 인한 암 같은 질환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고령화 사회의 진행은 인간 사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의 사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플럼라인생명과학은 반려견 항암 면역 치료 백신을 미국에서 임상 중이고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DNA 백신도 개발하고 있다. 박셀바이오는 현재 개발 중인 반려견 전용 항암면역치료제 ‘박스루킨-15’의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오는 9월 정부에 품목허가 신청을 낼 예정이다.
◇반려견 장내 미생물 분석까지
의약품뿐 아니라 반려동물의 건강관리를 위한 다양한 제품·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종근당 계열사 경보제약은 필름형 반려견 구강 관리 제품을 내놓았다. 양치질을 꺼리는 반려견의 혓바닥이나 입천장에 붙여 구취나 치석을 줄이는 제품이다.
사람이 정기 건강검진을 받듯,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진단·유전자 검사 같은 ‘헬스케어’ 서비스도 등장했다. 테라젠바이오는 반려동물 용품 기업 핏펫과 함께 개·고양이 대상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선보였다. 반려견은 백내장, 대사성 질환 등 24종, 고양이는 진행성 망막 위축증 같은 4종의 검사가 가능하다.
마크로젠은 국내 최대 규모로 반려견 장내 미생물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장내 미생물 분석을 통해 질병을 조기 진단하고 반려견 맞춤형 헬스케어가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비만·당뇨에 걸린 반려견을 대상으로 장내 미생물 분석을 진행한다. 마크로젠은 이번 사업을 통해 축적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올 하반기에 반려동물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분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