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900m가 넘는 곳에 사는 심해어가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발견됐다.
11일(현지 시각) CNN·가디언 등은 캘리포니아주 라구나비치에 있는 크리스탈코브주립공원의 한 해양 보호 구역에서 지난 7일 해수욕을 하던 밴 에스테스가 보기 드물게 온전한 상태의 심해어 사체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탈코브주립공원은 “모래사장에서 입을 벌린 검은 생명체가 발견됐다”며 심해어의 사진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입속을 포함한 몸 전체가 새까만 심해어는 큰 입을 벌리고 까만 이빨을 드러낸 채 모래사장에서 발견됐다.
크리스탈코브주립공원은 이 심해어가 ‘퍼시픽 풋볼피시(Pacific footballfish)’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200여 종의 아귀 중 하나인 초롱아귀과(Himantolophus sagamius)로 럭비공과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풋볼피시라는 이름이 붙었다. 초롱아귀과 어종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 온대 및 열대 해역의 해저 약 900m 부근에 서식한다. 이들은 유리 파편처럼 날카롭고 뾰족한 이빨로 자기 몸 크기만 한 먹이를 삼킬 수 있다.
발견된 풋볼피시는 머리에 빛나는 발광 촉수를 달고 있다. 이 발광 촉수는 암컷만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발광 총수의 빛은 풋볼피시와 공생관계인 발광 박테리아가 내는 것이다. 암컷은 심해의 어둠 속에서 이 발광 촉수를 이용해 먹이를 유인해 잡아먹는다.
크리스탈주립공원은 “수컷 풋볼피시의 유일한 목적은 암컷을 찾아 번식하는 것”이라며 수컷 풋볼피시를 “성 기생충(sexual parasites)”이라고 설명했다. 60cm까지 자랄 수 있는 암컷과 달리 수컷은 약 2.5~4cm까지밖에 자라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에 따르면 수컷 풋볼피시는 암컷과의 일체화를 통해 번식한다. 수컷 풋볼피시는 뛰어난 후각으로 암컷 풋볼피시를 찾아 암컷의 몸에 매달린다. 이때 암컷의 몸에서 분비되는 특수한 효소가 수컷의 생식기를 제외한 모든 장기들을 녹인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 수컷은 암컷과 순환계를 공유하며 영양분을 얻는다. 그리고 수컷은 죽기 직전에 영양분의 대가로 생식 호르몬을 암컷에게 공급한다.
주립공원 측은 “온전한 상태의 풋볼피시를 발견하는 일은 드물다”며 “이는 해양 생물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풋볼피시 사체를 발견한 에스테스도 “이렇게 생긴 물고기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캘리포니아 어류·야생동물부는 교육·연구를 위해 이 풋볼피시 사체를 관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