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은 단순한 증상이 아니다. 습진뿐 아니라 간과 신장에 이상이 생겨도 나타나며 심지어 특정 암의 징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가려움 정도를 객관적으로 판정할 방법이 없어 진단이 어렵다. 의사 표현이 서툰 소아 환자는 더욱 그렇다.
잠을 자는 동안 알아서 가려움을 측정해주는 센서가 개발됐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의 스티브 수 교수와 생의학공학과의 존 로저스 교수 공동 연구진은 지난달 3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인공지능(AI)과 손등에 붙이는 센서를 이용해 잠자는 동안 몸을 긁는 행동을 정확히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아이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얼마나 가려운지 진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당초 가슴에 붙이는 센서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호흡과 심장 박동, 음식물을 넘기는 동작을 정확히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수 교수는 같은 센서를 가려움 진단에 활용했다. 먼저 건강한 남녀 10명의 손등에 센서를 붙이고 몸을 긁는 동작을 감지했다. 사람이 수면 중에 무심코 손가락으로 몸을 긁으면 센서가 손동작과 함께 피부가 긁히면서 발생하는 음파까지 포착한다.
인공지능은 센서가 포착한 정보와 행동을 비교해 실제로 몸을 긁을 때 나오는 신호의 형태를 파악했다. 이를 테면 허공에서 손가락을 움직일 때와 실제로 피부를 긁을 때 정보의 차이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후 습진을 앓는 어린이 11명의 손등에 센서를 붙이고 시험한 결과 몸을 긁는 행동을 99% 정확도로 감지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수면 중 적외선 카메라가 포착한 손동작과 센서 정보가 일치한 것이다.
이전에도 애플 워치를 이용해 몸을 긁는 동작을 감지하는 앱이 개발됐다. 하지만 팔에 차는 애플 워치는 손목을 쓰지 않고 손가락만 움직여 피부를 긁으면 감지하지 못했다. 이번 센서는 손등에 붙여 그런 문제가 없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가려움 센서는 진단은 물론 제약사의 치료제 임상 시험에도 약효의 객관적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와 화이자가 지원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여러 제약사의 임상 시험에 센서를 활용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