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각종 COVID-19 백신/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 코로나 백신 부족 사태를 해결하고자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지재권) 보호 유예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종식을 위해 제약사들이 특허권을 포기하게 하고, 다른 나라들의 복제약 생산을 허용한다는 구상이다. 지재권 유예 논의 상황과 실현 가능성 등을 다섯 가지 문답으로 알아본다.

1. 지재권 누가 갖고 있나.

미국이 생산 중인 코로나 백신 중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전령 RNA) 백신이 지재권이 가장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얀센과 노바백스 등의 백신은 독감 백신과 비슷한 원리지만 mRNA 백신은 이번에 처음 상용화됐기 때문이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핵심인 유전물질 mRNA와, 보호층인 지질나노입자를 결합하는 독자 기술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요소 기술은 다른 회사에 있다. 화이자는 공동 개발사인 독일 바이오엔테크에게서, 모더나는 미국 트라이링크에서 각각 mRNA 제조 기술을 이전받았다. 지질나노입자 기술은 미국 아뷰투스, 스위스 제네반트 등 4사가 독점하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도 아뷰튜스에 기술료를 내고 쓰고 있다.

2. 美 논의 추진, WTO 합의 가능성은?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은 2일(현지 시각) 미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다음 주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서 어떻게 백신을 더 널리 분배하고 공유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WTO에서 지재권 유예로 의견이 모아질지는 불투명하다. 오는 5~6일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서 스위스, 유럽연합(EU) 등 일부 선진국이 자국 제약사들을 의식해 반대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예안이 통과되더라도 WTO가 제약사에 유예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약사들이) 법적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만큼 실제 유예 적용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제약사들은 “개도국에 백신을 직접 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중국·러시아의 해외 백신공여 현황

3. 누가 지재권 유예 주장하나?

팬데믹 상황이 심각한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작년 10월 백신에 대한 지재권 일시 유예를 WTO에 제안했고, 100개 이상의 국가와 300여 국제 단체가 이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특히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지난달 27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지재권 면제를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세계 여러 나라의 전직 국가 정상과 노벨상 수상자 등 170여명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재권의 완전한 보호와 (백신 생산의) 독점은 세계의 백신 접종 노력에 부정적 영향만 미치고 미국에도 자멸적”이라며 특허권 포기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미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 예산위원장도 2일 NBC방송에서 “수백만 명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도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재권 유예를 주장했다.

4. 우리나라 제조 기술 가능하나

노바백스 백신은 이미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위탁 생산하고 있다. 얀센 백신과 같은 원리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 중이다. 두 백신은 기존 독감 백신과 유사한 방식이라 지재권만 해결되면 국내 다른 제약사도 생산이 가능하다.

mRNA 백신은 2000년 설립된 아이진과 동아제약 계열사인 에스티팜이 각각 요소 기술들을 확보하고 있어 지재권이 면제되면 국산화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백신 생산 시설을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 한미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 제약·바이오 업체도 mRNA 백신 생산에 뛰어들 수 있다. 문제는 원료다. 예컨대, 노바백스 백신에 들어가는 사포닌 성분의 면역 증강제인 QS-21의 경우 코로나 이후 수요가 100배로 뛰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5. 변수는 없나

얀센과 노바백스 백신은 독감 백신과 원리가 같아 제조 준비 시간도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mRNA 백신은 시간이 필요하다. 에스티팜이 매달 mRNA 5g을 생산할 시설을 이달 중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매달 백신 20만 도스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화이자는 7월까지 3억 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재권이 면제되어도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준의 생산 시설을 갖추려면 6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백신 지재권과 함께 원료와 제조 설비 통제도 풀려야 한다. 미국이 코로나 백신 비축분을 늘리려고 백신 원료와 장비 수출을 통제하는 바람에 세계 최대 백신 위탁 생산(CMO) 업체 인도혈청연구소가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백신의 생산을 중단할 위기를 겪었다. 여기에 국내 제약사들이 대규모 시설 투자를 할 정도로 수익성이 보장되느냐도 관건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