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으로 회사나 학교에서 줌과 같은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횟수가 크게 늘었지만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회의나 수업만큼 집중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영국 과학자들이 해결책을 찾았다. 가만히 앉아서 모니터를 바라보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간단한 손동작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면 훨씬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심리학과의 대니얼 리처드슨 교수 연구진이 지난 2일 “간단한 수신호(手信號)로 화상 회의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손동작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면 회의 참가자들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학습이나 의사소통이 더 잘 된다는 것이다.
[손을 쓰는 화상 회의 신호 체계 실험 결과./UCL]
◇가슴에 손 대면 공감, 두 손 올리면 반대
리처드슨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코로나 대유행으로 대학이 문을 닫고 모든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자 심리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심리학과 학부생 100명을 대상으로 매주 온라인으로 세미나 수업을 진행하면서 절반은 새로 개발한 화상 회의 신호 체계를 가르치고, 나머지는 그전처럼 수업을 받도록 했다.
UCL 연구진이 개발한 화상 회의 신호 체계는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면 손을 가슴에 대고, 상대 의견에 확신이 없으면 손바닥을 바닥으로 하고 두 손을 어깨 높이로 올리는 식이다. 일상에서 대화 도중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행동들이다.
또 질문이 있으면 손바닥을 머리에 대고, 말하고 싶을 때는 손바닥을 앞으로 보이며 손을 머리 위로 올리도록 했다. 상대가 잘했다고 생각되면 두 손을 모으도록 했다.
수업 후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화상 회의 신호 체계를 사용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보다 수업 만족도가 16% 높게 나왔다. 함께 수업 받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는 느낌도 19% 높았고, 의견을 쉽게 나눌 수 있었다는 답은 22%나 높았다.
◇몸 동작 통해 유대감·협동심 높아져
연구진은 익명으로 설문지에 답한 문장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손동작 신호 체계를 쓴 그룹이 긍정적인 단어를 더 많이 쓰고 부정적인 단어는 덜 쓴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식 논문 출판 전에 심리학 분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사이아카이브(PsyArXiv)에 실렸다.
연구진은 수신호가 효과적인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수신호를 훈련시키면 세미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가치를 공유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다른 심리학 연구에서는 상대의 몸 동작을 이해하면 사회적 유대감과 협동심이 증대된다고 나왔다.
연구진은 또 “수신호를 사용하면 다른 사람의 말에 끼어들거나 키보드 키를 누르지 않고도 상대의 말에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수신호와 키보드 버튼 사용 중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 비교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