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이 청소년에서 100% 효능을 입증했다.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고 백신 접종이 청소년에게 확대되면 학교 수업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화이자는 “12~15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에서 100%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회사는 청소년들에게 성인과 같은 양으로 3주 간격으로 두 번 백신 또는 가짜약인 소금물을 접종했다. 시험 결과 코로나 유증상 감염자 18명이 발생했는데 모두 가짜약 투여 집단에서 나왔다.
◇”성인 백신이 A+라면 청소년은 A++”
미국 예엘대의 아키코 이와사키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에 “정말 놀라운 결과”라며 “성인에서 백신 효능이 A플러스라면 이번 청소년 결과는 A플러스 플러스”라고 말했다.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텍의 우구르 사힌 대표는 “청소년 대상 임상시험의 초기 결과는 어린이들이 백신으로 보호될 수 있음을 보여줘 매우 고무적”이라며 “학생들이 매일 학교로 가고 친구와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성인 대상 임상시험과 다른 방식으로 아동용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기존 임상시험은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자와 가짜약 접종자의 코로나 증상 여부를 추적한다. 하지만 아동은 코로나 중증을 겪는 일이 드물어 그런 방식은 어렵다. 대신 백신 접종 아동의 혈액을 채취해 몸에서 면역반응이 강하게 유도되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임상시험에서 12~15세 청소년들은 16~25세 임상시험 참가자들보다 항체가 더 많이 형성됐다고 회사는 밝혔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은 이번 결과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하고 앞서 받았던 백신 긴급 사용 승인을 청소년으로 확대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현재 화이자 백신은 16세 이상에게만 허용됐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는 논문으로 발표돼 다른 과학자들의 심사를 받은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화이자 백신이 청소년의 무증상 감염도 막을 수 있는지 확인돼야 한다고 본다. 또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돼야 한다.
◇집단면역 위해 아동도 백신 접종 필요
피터 잉글리시 전 영국의학협회 공중보건위원장은 “이번 결과는 백신 접종을 청소년으로 확대하는 길을 열 것”이라며 “이는 집단 면역을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은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코로나는 나이가 많을수록 증상이 심해지고 사망률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미국에서 21세 이하 인구는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지만, 코로나 사망자는 1%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동용 코로나 백신은 꼭 필요하다고 과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인구의 70~90%가 백신을 접종받고 면역력을 확보하면 다른 사람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게 된다. 이른바 집단 면역이 형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성인 모두가 백신을 접종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어린이들도 백신 접종에 참가해야 집단 면역이 가능하다.
◇생후 2개월 이상 백신 접종이 목표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은 5~11세 어린이 대상 임상시험도 시작했다. 다음 주부터 백신 접종이 이뤄질 전망이다. 회사는 다음 주에는 2~5세 대상 임상시험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 뒤 생후 6개월에서 2세 대상 임상시험도 계획하고 있다. 향후 3건의 임상 3상 시험 결과는 올 하반기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화이자는 이를 근거로 12세 이하 어린이 대상 백신 접종이 내년부터 가능하다고 본다.
다른 회사들은 어린이 대상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모더나는 수 주 내 12~17세 대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며, 생후 6개월에서 11세 대상 임상 시험은 올 하반기로 준비하고 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생후 6개월 이상에 대한 백신 임상시험을 시작했으며, 미국 존슨앤드존슨도 12세 이상 청소년 대상 임상시험 결과를 보고 12세 미만 임상시험도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