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만든 인공 생명체가 실제 박테리아처럼 스스로 분열까지 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생명 현상을 연구하고 미생물의 유용물질 생산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엘리자베스 스트찰스키 박사 연구진은 29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셀’에 “5년 전 최초로 만든 인공 생명체에 유전자 7개를 추가해 실제 박테리아처럼 세포가 분열하고 성장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포분열하면서 딸세포 만들어
지난 2016년 미국의 크레이그 벤터 박사 연구진은 사이언스지에 유전자 473개를 가진 인공 생명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유전자를 없앤 세균에 인공 합성한 유전자를 주입했다. 원래 이 세균은 유전자가 525개인데 유전자 분석을 통해 최적화시켜 473개만으로도 충분히 생존과 증식을 할 수 있게 했다.
존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JCVI)의 이름을 붙인 인공 생명체 ‘JCVI-syn3.0’는 당시 배양접시에서 자라고 분열하면서 군집을 형성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인공 생명체는 균일하게 분열하지 않아 나중에 만들어진 자손인 딸세포가 동일하지 않았다.
스트찰스키 박사 연구진은 JCVI-syn3.0에 사용한 필수 유전자는 배양접시에서 군집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 세포가 자손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아니었음을 확인했다. 이번에 합성 박테리아 세포에 유전자 19개를 추가했다. 이중 7개는 딸세포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유전자였다. 그 결과 균일한 세포 분열과 성장이 이뤄졌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새 인공 생명체에 ‘JCVI-syn3A’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트찰스키 박사는 딸세포 형성에 필수적인 유전자로 도입한 7개 중 2개는 이미 세포 분열에 관여한다고 알려졌지만, 5개는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JCVI-syn3A처럼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설계하는 합성생물학은 치료제나 바이오 연료 등 유용 물질을 최소 경비로 생산하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또 생명 현상을 연구하는 기초과학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 뉴욕대의 제프 뵈케 교수는 이날 영국 뉴사이언티스 인터뷰에서 “(합성 세포의) 응용 가능성은 농업과 식품, 생의학, 환경 정화 등 무궁무진하다”며 “이번처럼 생명의 암호를 교정하고 정제하는 능력은 그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데 결정적인 단계”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