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오랑우탄·보노보에 이어 농장의 밍크도 코로나 백신 주사를 맞았다. 코로나 백신이 밍크에게 효과가 있으면 결국 사람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지난해 농장의 밍크가 코로나에 집단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밍크를 통해 사람에게 치명적인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국 가디언지는 23일(현지 시각) “미국 동물의약품 전문업체인 조에티스가 동물원의 대형 영장류에게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데 이어 농장의 밍크에게도 백신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백신은 밍크에서 강력한 면역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 백신으로 변이 바이러스 출현 차단
조에티스는 2019년 매출 60억 달러(한화 6조 6000억원)를 올린 대표적인 동물의약품 제조업체이다. 개의 호흡기 질환용 백신과 고양이 백혈병 백신 등을 판매했다. 회사는 지난해 2월 홍콩에서 개가 코로나에 걸린 사실이 알려진 뒤 동물용 코로나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동물용 코로나 백신은 올 초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있는 오랑우탄 4마리와 보노보 5마리에게 처음으로 접종됐다. 인간 이외의 영장류가 코로나 백신 주사를 맞은 것은 이들이 처음이었다.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지난 1월 고릴라 8마리가 코로나에 감염되자 조에티스에 백신 접종을 요청했다. 고릴라들은 약물 치료를 받고 모두 회복됐지만 다른 영장류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코로나가 영장류로 옮겨가면 인간과 유전자가 가까운 대형 영장류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3월 토머스 길레스피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기고한 서한에서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등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한 유인원이 코로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후 콩고와 르완다는 대형 영장류들이 사는 국립공원을 폐쇄했다.
조에티스는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오랑우탄과 보노보에 이어 2월부터는 밍크에 대해 백신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집에서 키우는 개와 고양이, 동물원의 사자, 호랑이와 표범, 고릴라, 농장의 밍크 등 다양한 동물이 인간을 통해 코로나에 감염됐다. 이중 밍크는 역으로 사람에게 변이 바이러스를 옮긴 사례가 있어 일찍부터 백신 개발이 시작됐다. 덴마크 정부는 지난해 11월 변이 바이러스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자국에서 사육 중인 밍크 1700만 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러시아에서 밍크 코로나 백신 개발 중
조에티스의 마헤시 쿠마르 수석부회장은 이날 가디언에 “덴마크에서 밍크가 사람에게 코로나를 옮긴 사례가 나오면서 밍크에서 발생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갈 우려가 나왔다”며 “백신으로 밍크를 보호하면 사람에게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도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에티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로 백신을 만들었다. 미국의 바이오 기업인 메드진 랩도 같은 방법으로 백신을 개발했다. 이들은 미국 노바백스가 개발한 인간 코로나 백신과 같이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곤충 세포에 주입해 스파이크 단백질을 대량 생산했다. 미국 외에 러시아에서도 밍크용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조에티스는 코로나 백신이 밍크에서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앞서 백신 주사를 맞은 오랑우탄과 보노보는 혈액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사람과 유전자가 거의 같아 비슷한 효과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