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하수 속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검출해 환자 발생 추이를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스라엘에서 하수를 채취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분석하는 모습./israel21

가정에서 흘러나온 하수를 검사하면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를 수 주 앞서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방역 체계에 하수 검사가 추가되면 유전자 검사를 받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가 변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일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27일(현지 시각)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 유전자 검사에서 확인되기 전에 도시의 하수에서 먼저 포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변이 코로나 환자 나오기 2주일 전 포착

코로나에 감염되면 배설물에도 바이러스가 들어간다. 과학자들은 각 가정의 화장실에서 하수 처리장으로 온 배설물 분석하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미리 감지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전 세계 수백 개 도시에서 방역 대책의 일환으로 하수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 결과들은 최근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도 하수 검사로 사전에 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의 카라 넬슨 교수 연구진은 지난 19일 미국 미생물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엠바이오(mBio)’에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하수에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하수에서 나타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 형태는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코로나 환자들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았다고 밝혔다.

넬슨 교수는 “하수 유전자 검사로 변이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일이 가능함을 입증한 결과로, 검사 규모를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주 공중보건국과 함께 4주 마다 한 번씩 하수의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사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의 니코 비렌빈켈 교수 연구진은 지난 9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에 “지난해 12월 중순 채집한 스위스의 하수 시료에서 영국에서 비롯된 B.1.17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수 채집 시기는 스위스에서 이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공식적으로 확인되기 2주 전이다.

◇무증상 감염자 통한 전염 예방 가능해

영국 코로나 19 유전학 컨소시엄의 새런 피콕 박사는 뉴사이언티스트지에 “감염자에서 나온 코로나 바이러스는 하수에서 희석되지만 1000명 중 한 명 꼴로 감염자가 있다면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영국의 코로나 감염률이 30명 중 1명이라는 점에서 하수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하수 검사는 코로나 진단 검사나 치료를 받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일도 예방할 수 있다. 넬슨 교수는 “하수 검사는 대규모 인구에 대한 효과적인 방역 감시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대규모 인원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할 능력이 없는 저소득 국가에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 검사가 코로나 방역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앞서 연구에서도 입증됐다. 미국 예일대 조던 페시아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9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에 “인구 20만 명의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시에서 10주간 하수 침전물에서 나온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RNA) 양을 분석한 결과, 나중에 코로나 검사로 나타난 확진자 증가 추세를 일주일 정도 앞서 예측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