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사진에 나온 코끼리를 인공지능이 노란색 네모로 지목한 모습./영 옥스퍼드대

초록색 돌기 사이로 노란색 네모에 둘러싸인 흰 점들이 보인다. 지구 상공 600㎞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초원을 촬영한 위성사진이다. 녹색 돌기는 나무들이고 흰 점은 아프리카코끼리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지난 18일 사상 최초로 인공위성을 이용해 지상의 코끼리 개체 수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야생동물 개체 수 확인은 항공사진에 의존했다.

옥스퍼드대의 이슬라 두포지 연구원은 영국 바스대의 올가 이스포바 박사, 네덜란드 트벤테대의 티에준 왕 박사와 함께 인공위성으로 지상의 코끼리 개체 수를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위성은 디지털글로브사의 지구 탐사 위성인 월드뷰3을 이용했다. 연구진은 이 위성으로 남아공의 아도 코끼리 국립공원을 촬영했다. 다음은 인공지능(AI)이 맡았다. 연구진은 사전에 인공지능에 1000마리 이상의 코끼리가 나오는 위성사진을 학습시켰다. 인공지능은 이를 통해 위성사진에 보이는 코끼리의 특징을 스스로 터득했다.

실험 결과 인공지능은 사람이 항공사진을 보고 센 것과 같은 수준으로 코끼리를 확인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위성에 찍힌 사진이 초원이나 숲 한 가지 지형이든, 아니면 여러 지형이 섞인 곳이든 상관없었다.

앞서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으로 바다를 찍은 위성사진에서 고래를 찾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바다는 배경이 거의 같아 코끼리 찾기보다 더 쉬운 작업이었다.

아프리카코끼리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 취약종으로 지정한 동물이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야생 상태의 아프리카코끼리는 41만5000여 마리에 불과하다.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려면 무엇보다 어디에 얼마나 남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연구진은 위성이 멸종 위기 동물의 개체 수 확인을 혁신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아프리카코끼리를 촬영한 항공사진./ The Nature Conservancy

연구진은 항공사진 촬영은 수시간이 걸리지만 위성은 5000㎢의 넓은 지역을 몇 분 안에 탐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항공기가 사진을 찍느라 저공 비행하면 동물들을 놀라게 하지만 위성은 보이지도 않으니 상관없다.

요즘 같은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사람들이 현장에 갈 필요도 없다. 야생동물이 국경을 넘으면 정부 허가를 받지 않고는 항공기로 추적하기 어렵지만 위성은 그런 문제가 없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특히 위성사진에 나온 코끼리를 찾는 작업도 인공지능이 맡아 일정한 수준으로 개체 수 확인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즉시 개체 수 확인 작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하는 작업은 그런 성능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생태학과 보존의 원격 탐사’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