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쓴 고양이. 독성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 출현을 막기 위해 애완동물을 위한 코로나 백신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pixabay

독성이 강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차단하려면 고양이와 개를 위한 코로나 백신이 개발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물이 바이러스가 증식하고 진화할 저장소가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에서는 코로나에 대규모로 감염된 밍크를 위한 백신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의 케빈 타일러 교수는 지난 25일 국제 학술지 ‘병원성(Virulence)’에 발표한 편집자의 글에서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일부 길들여진 동물 종에 대한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애완동물이 변이 바이러스의 저장소 될 수도”

타일러 교수는 이 학술지의 편집장이다. 그는 다른 연구자 3명과 공동 집필한 편집자의 글에서 “코로나에 걸린 애완동물은 나중에 사람에게 퍼질 변이 바이러스가 탄생할 저장소가 될 수 있다”며 “당장 개와 고양이에게 백신을 접종하자는 것은 아니고 지금부터 준비를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애완동물이 바이러스의 저장소가 되면 동물 간에 전염이 일어나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로 진화할 수 있다”며 “동물 고유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다시 인간에게 퍼지는 식의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원래 동물에서 비롯됐다. 과학자들은 박쥐에 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지의 중간 매개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러스는 인간을 거쳐 다시 동물에게 감염됐다. 지금까지 집에서 키우는 개와 고양이, 동물원의 사자, 호랑이와 표범, 고릴라, 농장의 밍크 등 다양한 동물이 인간을 통해 코로나에 감염됐다.

그렇지만 과학자들은 코로나에 감염된 동물이 다시 사람에게 코로나를 퍼뜨린다고 보지는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동물의약품 담당 부서인 미국 농무부도 현재로선 애완동물을 위한 코로나 백신을 허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농무부의 조엘 헤이든 대변인은 지난달 사이언스에 “애완동물용 백신이 가치가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기업들은 자유롭게 애완동물용 백신을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지만 허가 없이 판매나 배포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덴마크 농장에서 사육 중인 밍크들. 덴마크 정부가 코로나 감염 우려로 자국 내 밍크 전부를 살처분하겠다고 밝혔다./AFP연합

◇밍크용 코로나 백신은 올 봄 생산

밍크는 사정이 다르다. 박쥐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처음 옮긴 미지의 동물을 제외하고는 밍크가 사람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긴 첫 번째 동물이다. 덴마크 정부는 지난해 11월 자국에서 사육 중인 밍크 1700만 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람이 옮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밍크가 다시 농장 인부에게 코로나를 퍼뜨렸기 때문이다.

특히 밍크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코로나 완치자의 항체가 잘 듣지 않는 변이체여서 자칫 인간에게 퍼지면 백신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과학계는 이런 우려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지만, 밍크에서 대규모 코로나 발병 사태가 일어나면 사람은 물론 다른 동물로도 코로나가 퍼질 수 있다고 살처분 조치를 지지했다.

미국의 동물의약품 전문업체인 조에티스와 바이오 스타트업인 메드진 랩은 각각 밍크용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로 백신을 만들었다. 임상 3상 시험을 하고 있는 노바백스가 개발한 코로나 백신과 같이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곤충 세포에 주입해 스파이크 단백질을 대량생산했다.

조에티스는 2019년 매출 60억 달러(한화 6조 6000억원)를 올린 대표적인 동물의약품 제조업체이다. 개의 호흡기 질환용 백신과 고양이 백혈병 백신 등을 판매했다. 조에티스는 지난 22일 뉴욕타임스에 “지난해 홍콩에서 개가 코로나에 걸린 사례를 보고 백신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처음에는 개와 고양이를 위한 백신을 생각했지만 유럽에서 밍크가 대규모로 코로나에 감염된 것을 보고 방향을 선회했다고 밝혔다. 조에티스는 농무부의 허가를 받고 백신을 밍크에게 시험했다.

메드진 랩도 지난해 초부터 특정 동물을 정하지 않고 동물용 백신을 개발하다가 밍크 대규모 감염을 보고 미국의 농장에 있는 밍크에게 백신을 시험했다고 밝혔다.

업체들은 올 봄에 밍크용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고 본다. 러시아와 핀란드에서도 밍크나 다른 동물에 쓸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