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소녀(Cosmic Girl)’가 사상 최초로 인공위성의 공중 발사에 성공했다.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이 세운 소형 발사체 업체인 버진 오비트는 지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항공·우주 기지에서 747기인 우주 소녀가 이륙해 로켓 론처원(LauncherOne)을 공중 발사했다고 밝혔다. 작년 5월 첫 시험 발사는 로켓 엔진 점화에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탑재 위성들을 궤도까지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소형 위성 발사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공중에 버진 오비트가 있다면 지상에서는 로켓랩과 파이어플라이 같은 업체들이 소형 위성 발사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업체들은 소형 위성을 원하는 때 원하는 곳에서 발사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뉴스페이스 시대가 소형 위성 시장 키워
이날 보잉 747기를 개조한 우주 소녀는 21m 길이의 론처원을 왼쪽 날개에 싣고 10.5㎞ 상공까지 올라가 투하했다. 론처원은 1단의 뉴턴3 엔진에 이어 2단 뉴턴4 엔진을 차례대로 점화해 고도를 500㎞까지 높였다. 여기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교육용 초소형 위성 10기를 목표 궤도에 진입시켰다.
버진 오비트는 공중 발사가 수직 로켓 발사 방식보다 장소와 날씨의 제한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로켓 발사장이 없어도 보잉 747기를 띄울 공항만 있으면 위성을 발사할 수 있고, 천둥·번개가 치는 악천후에도 747기가 구름 위로 올라가면 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버진 오비트는 영국 콘월의 뉴키 공항을 론처원 전용 공항으로 개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버진 오비트가 론처원 발사체를 개발한 것은 소형 위성 시장이 급성장하는데 기존 발사체 서비스 시장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자 장비가 발전하면서 소형 위성도 과거 대형 위성이 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이 크게 늘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세계에서 운용 중인 위성은 2062개로, 이 가운데 무게 500㎏ 이하의 소형 위성이 930기다. 2019년 발사된 위성을 기준으로 하면 500기 가운데 389기가 소형 위성이었다. 소형 위성은 인터넷 통신, 작황 분석, 자원 탐사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발사에서는 여전히 소형 위성이 뒷전으로 밀렸다. 발사 서비스 업체들은 대형 로켓에 커다란 위성을 먼저 싣고, 남는 공간에 소형 위성들을 끼워 발사했다. 그러다 보니 주 고객인 대형 위성의 사정에 따라 발사 일정이 오락가락했다. 발사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시장에서는 원하는 때, 원하는 궤도에 소형 위성을 발사해줄 전용 발사체를 요구했다.
◇국내에서도 소형 발사체 개발 진행
현재 전 세계 30여 업체가 소형 발사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9년 국제우주회의에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19년 사이 소형 발사체 개발 건수가 5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의 로켓랩이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길이 17m의 일렉트론 로켓으로 무게 225㎏ 위성까지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다. 지금까지 뉴질랜드에서 17번 발사로 위성 96기를 우주에 보냈다. 로켓랩은 발사체 부품 수를 3만여 개에서 1000여 개로 줄이고, 부품 제작에 3D(입체) 프린터를 도입해 경쟁력을 갖췄다. 미국 파이어플라이사는 29m 길이 알파 로켓을 개발해 다음 달 시험 발사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페리지항공우주가 50㎏의 소형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길이 8.8m 소형 발사체인 블루 웨일을 개발하고 있다. 올 상반기 고고도 시험 발사를 준비 중이다. 신동윤 대표는 “소형 발사체는 위성의 수요에 따라 진화한 것”이라며 “현재 기술로는 성공을 위한 7부 능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1단을 이용해 소형 발사체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재성 항우연 미래발사체연구단장은 “당초 2029년 상용화할 계획이었으나 소형 위성 시장이 커지면서 상용화 시기를 2025년으로 당기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