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개박하(캣닙)나 개다래나무 잎을 보면 사족을 못 쓴다. 잎에 얼굴과 몸을 문지르고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행동한다. 고양이는 이런 행동을 통해 행복감과 함께 해충 퇴치 효과도 얻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이와테대의 미야자키 마사오 교수 연구진은 “개박하 잎의 특정 성분이 고양이의 뇌 속 행복 경로를 자극하고 모기를 퇴치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지난 2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고양이가 개박하 잎에 함유된 ‘네페탈락톨’이라는 화학물질에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다. 실험용 고양이 25마리, 야생 고양이 30마리, 아무르 표범 1마리, 재규어 2마리, 스라소니 2마리 등 다양한 고양잇과 동물이 네페탈락톨에 반응을 보였지만, 개나 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네페탈락톨이 고양이의 행복감을 촉진하는 신경계를 활성화한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뇌 속 신경 호르몬인 베타-엔도르핀이 뮤(μ)-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고양이도 같은 수용체가 활성화되는지 알아봤다. 네페탈락톨에 노출되기 5분 전후의 고양이 혈액을 비교한 결과 베타-엔도르핀 수치가 증가했고 다른 물질보다 증가 정도가 훨씬 컸다.
연구진은 네페탈락톨이 모기를 쫓는 효과가 있는지도 실험했다. 연구진은 네페탈락톨을 머리에 바른 고양이와 바르지 않은 고양이를 모기가 들어 있는 방에 두고 몸에 달라붙는 모기의 수를 세었다. 네페탈락톨을 바른 고양이는 모기가 다른 고양이보다 절반 정도 적게 달라붙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네페탈락톨 기반의 방충제를 특허출원했다.
미야자키 교수는 “앞으로 개박하에 반응하는 고양이의 유전자를 확인하고, 네페탈락톨이 다른 해충에 나타내는 반응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