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노란색)의 전자현미경 사진. 표면에 돌기(녹색)처럼 보이는 것이 스파이크 단백질이다. LA발 변이 바이러스는 이 스파이크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전염력이 더 강해진 것으로 추정된다./NIAID

미국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새로운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전염력이 훨씬 높다고 알려져 환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LA 시더스-시나이 병원의 에릭 베일 박사 연구진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LA지역의 코로나 환자 3분의 1 이상에서 ‘CAL.C20′이라는 새로운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됐으며, 이 변이 바이러스가 최근 두 달 사이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의 코로나 환자 급증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LA지역은 미국에서 코로나 환자 발생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한 곳이다. 1월 중순까지 1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1만4000명 가까이 사망했다. 특히 환자의 3분의 2가 지난해 11월 이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CAL.C20 변이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이전보다 훨씬 강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1월 13일 현재 LA 코로나 환자 절반 차지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22일부터 12월 28일 사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192명의 시료를 채취해 바이러스 유전자를 조사했다. 이와 함께 공동 데이터베이스에 공개된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 코로나 환자의 유전자 정보 4337건도 분석했다.

CAL.20C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7월 처음 발견됐다. 시더스-시나이 병원의 재스민 플뤼머 박사는 “지난해 7월만 해도 CAL.20C 변이 바이러스는 1230건의 시료 중 단 하나에서만 발견됐으며, 10월까지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는 다시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1월까지 잠잠하던 변이 바이러스는 이후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다. CAL.20C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 시더스-시나이 병원 환자 시료의 36.4%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캘리포니아 남부지역 환자의 24%도 변이 바이러스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지금은 새 확진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시더스-시나이 병원 연구진은 지난 13일 LA 지역 코로나 검사 시료의 절반 이상에서 이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시더스-시나이 병원의 재스민 플뤼머 박사는 “이제 유럽에서 넘어온 게 아닌 우리 자신의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에 발표됐다.

지난해 10월 이래 LA지역 코로나 양성 판정 비율 추이. 7일 평균 수치이다. 확진자 비율이 급증한 것은 변이 바이러스가 퍼진 탓이라는 주장이 나왔다./LA공중보건국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 생겨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B.1.1.7은 이전보다 전염력이 50% 높다고 알려졌다.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지난 19일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존재했다고 밝혔다. 환자가 처음 발견되기 두 달 전부터 미국에 퍼졌다는 말이다.

영국발 B.1.1.7 변이 바이러스는 ‘N501Y’ 변이가 가장 큰 특징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501번째 아미노산이 아스파라긴(N)에서 타이로신(Y)으로 바뀐 것이다.

시더스-시나이 연구진은 캘리포니아주에서 B.1.1.7 바이러스를 찾다가 ‘L452R’라는 새로운 돌연변이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이 돌연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452번째 아미노산이 루신(L)에서 아르기닌(R)으로 바뀐 것이다. 시더스-시나이 연구진은 캘리포니아주의 코로나 환자들은 이 돌연변이를 포함해 다섯 가지 특징적인 돌연변이가 생긴 바이러스에 감염됐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 다섯 가지 돌연변이를 가진 바이러스를 CAL.C20로 명명했다.

CAL.20C가 다른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 연구진은 변이 바이러스가 다른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강한지 알려면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에릭 베일 박사는 19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CAL.20C 바이러스는 최근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의 병원에서 급증한 코로나 환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나는 이 바이러스가 전염력이 더 강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변이 바이러스 미국 11개 주로 퍼져

미국 뉴욕타임스는 “캘리포니아에서 생겨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LA를 넘어 다른 주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더스-시나이 연구진은 다른 주에서도 CAL.20C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애리조나주, 커네티컷, 매릴랜드, 뉴멕시코, 네바다, 뉴욕, 텍사스, 유타, 워싱턴, 와이오밍, 워싱턴 DC 등이다.

지난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영국발 B.1.1.7 변이 바이러스가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감염 환자가 1.5%로 적지만 3월까지는 환자의 다수를 차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CAL.C20 변이 바이러스가 가세하면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시더스-시나이의 베일 박사는 “B.1.1.7과 CAL.C20 두 변이 바이러스가 경쟁하면 누가 이길지는 아직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B.1.1.7이 전염력이 강함에도 LA에서는 감염 환자가 크게 늘지 않았다는 점에서 CAL.C20이 출발선에서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