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동부의 나미비아에서 기린 두 마리가 걸어가고 있다. 어린 기린이 어미를 따라가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실상 두 마리 모두 다 자란 기린이다. 왜소증으로 몸집이 줄어든 야생 기린이 처음으로 포착된 것이다.
국제기린보호재단은 지난 9일 “스미스소니언 보존생물학연구소의 마이클 브라운 박사 연구진이 나미비아와 우간다에서 왜소증으로 키가 줄어든 기린 두 마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바이오메드센트럴(BMC) 연구 노트’에 실렸다.
기린은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큰 동물이다. 보통 5m 가까이 자란다. 다리와 목 길이만 해도 1.8m에 이른다. 아무리 작은 기린도 키가 프로 농구 선수의 두 배나 된다.
브라운 박사가 2015년 우간다 머치슨 폭포 국립공원에서 발견한 누비아 기린은 키가 2.8m에 그쳤다. 연구진은 이 기린에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난쟁이 캐릭터 이름을 따서 ‘김리’라고 이름 붙였다. 김리의 목은 일반 기린과 비슷하고 다리만 짧다. 연구진은 기린의 목을 말의 몸통에 붙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3년 뒤 브라운 박사는 나미비아의 한 농장에서 키가 2.6m인 앙골라 기린 ‘나이젤’을 발견했다. 김리와 마찬가지로 다 자란 상태였다. 왜소증에 걸린 것이다. 왜소증, 또는 골이형성증은 뼈가 자라는 데 영향을 미쳐 키가 작아진다.
왜소증은 인간 또는 개, 소, 돼지 같은 가축의 사례로 잘 알려졌지만, 야생동물은 드문 일이다. 특히 기린에게서는 처음 확인됐다. 왜소증 기린 사진이 인터넷에 돌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합성 사진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연구진은 사진 측량 기술을 이용해 김리와 나이젤의 사진으로 다리 길이를 알아냈다. 두 기린은 나이가 같은 다른 기린보다 다리가 훨씬 짧았다. 특히 다리의 노뼈와 앞발허리뼈가 짧았다.
야생 기린은 절반이 성체가 되기 전에 죽는다. 이 점에서 왜소증 기린이 지금까지 생존한 것은 수수께끼다. 브라운 박사는 “기린이 천적을 만나면 무조건 도망가거나 긴 다리로 차는데 왜소증 기린은 그런 능력이 없어 천적에게 잡아먹히기 쉽다”고 밝혔다.
왜소증 원인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가축은 근친교배나 유전적 다양성의 결핍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점에서 과학자들은 최근 기린이 멸종 위기로 내몰릴 정도로 개체 수가 급감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김리 같은 우간다의 누비아 기린은 내전과 밀렵으로 1980년대 개체가 78마리까지 줄었다. 지금은 1500여 마리가 있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은 2018년 누비아 기린 개체 수가 지난 30년 동안 95% 감소했다며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