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을 태운 미국항공구우주국(NASA)의 ‘이글’호가 달에 착륙했다. 두 우주인은 달에 발을 디딘 최초의 인류가 됐다. 미국이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중단됐던 유인(有人) 달 탐사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4년 달에 첫 여성 우주인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이다. NASA는 다음 달 아르테미스 우주인이 타고 갈 착륙선 제작사를 결정할 예정이다. 새로운 달 탐사 시대를 열 주인공은 누가 될까.
◇달 탐사 일정 맞추려 착륙선 민간에 맡겨
2019년 3월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국가우주위원회에서 2028년으로 계획된 유인 달 탐사를 2024년으로 앞당기라고 지시했다. 과학계는 무리한 계획이 아니라고 본다. 달로 갈 우주로켓인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은 이미 10년 가까이 개발 중이었고, 2021년에 첫 비행이 잡혀 있다. 우주로켓에 실릴 유인우주선 오리온도 2014년에 이미 시험 비행을 했으며, 역시 2021년 첫 유인 비행이 잡혀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과거 아폴로 달 탐사와 다르다. 과거엔 지구에서 달로 바로 갔지만, 이번에는 달 주위를 도는 미니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를 거친다. 오리온 우주선이 이곳에 도착하면 우주인들은 달 착륙선으로 갈아탄다. 달에서 임무를 마친 우주인은 달 착륙선을 타고 우주정거장으로 돌아오고, 다시 우주선으로 지구에 귀환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른바 ‘인간 착륙 시스템(HLS)’으로 불리는 달 착륙선이다. 미국 정부가 새로 만든 달 착륙선은 없다. NASA는 앞당겨진 일정에 맞추기 위해 달 착륙선 개발을 아예 민간에 맡겼다.
짐 브라이든스타인 NASA 국장은 지난해 9월 상원 우주위원회에서 “각자 가격과 혁신, 안전성을 두고 경쟁할 다수의 공급자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가 밝힌 경쟁자는 바로 블루 오리진과 스페이스X, 다이네틱스이다. NASA는 지난해 4월 이 세 회사에 9억6700만달러를 투자해 달 착륙선 개발을 진행시켰다.
◇모듈형 vs 우주 급유
세 회사가 개발하는 달 착륙선은 모양과 크기, 작동 방식이 제각각이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은 대형 우주개발사 세 곳과 손을 잡고 모듈형 착륙선을 개발했다. 착륙 모듈은 블루 오리진, 임무 후 귀환 모듈은 록히드 마틴이 각각 만들었다. 노스럽 그러먼은 달 궤도를 이동하는 전이 모듈을 만들었고, 드레이퍼 래버러토리는 전체 항법 장치를 담당했다.
블루 오리진은 모듈형 방식이 우주로켓에 맞춰 형태를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덕분에 NASA가 달 탐사에 더 다양한 우주로켓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현재 NASA의 존슨 우주센터에서 블루 오리진의 착륙선을 실제 크기로 제작해 시험하고 있다.
다이네틱스 역시 여러 회사와 손을 잡았다. 우주정거장용 화물 우주선인 드림 체이서를 개발한 시에라 네바다, 우주정거장의 가압 모듈을 만든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 우주로켓 개발사인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 등이다.
이 회사는 추력기와 연료 탱크를 본체 주위에 붙인 일체형 착륙선을 개발하고 있다. 그만큼 높이가 낮아 우주인이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또 우주로켓에 안전하게 싣고 갈 수 있게 연료를 미리 채우지 않고 발사됐다가, 나중에 달 궤도에서 급유할 계획이다. 공중 급유가 아닌 우주 급유이다.
◇50미터짜리 초대형 착륙선도
스페이스X는 재사용 우주로켓인 스타십을 달 착륙선으로 만들 계획이다. 스타십은 2단계 추진체와 우주선을 하나로 묶은 로켓 일체형 우주선이다. 회사는 지난달 스타십 시제품의 첫 고고도 비행에 성공했다.
스타십이 달 착륙선으로 쓰이면 높이가 50m나 되는 만큼 우주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달에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덩치가 큰 만큼 초대형 탐사 로버도 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스페이스X는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대표는 지난해 10월 “스타십 간의 우주 급유를 2022년에 시험하겠다”며 “우주 궤도에서 급유가 가능하면 지구에서 더 많은 짐을 싣고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세 회사는 서로 다른 형태의 착륙선을 개발하고 있지만, 장애물은 비슷하다. 새 엔진이나 우주 급유 같은 신기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2024년 일정에 맞추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그보다 더 큰 난관은 돈이다. NASA는 2024년 일정을 위해 올해 32억달러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현재 상원의 안은 10억달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