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은 마스크로 얼굴 상당 부분을 가려도 표정에 나타난 감정을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왼쪽부터 슬픔, 분노, 놀란 표정의 얼굴이다./미 위스콘신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 사회의 소통마저 가로막는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늘 마스크가 얼굴을 가려 감정을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하물며 인지능력이 미성숙한 어린이는 어떨까.

다행히 어린이도 마스크를 쓴 부모나 친구의 감정을 예상보다 잘 이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이들은 코로나 시대에 스스로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위스콘신대 심리학과의 세스 폴락 교수 연구진은 지난 23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도 어린이들이 얼굴에 나타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마스크 쓴 얼굴의 감정도 28%까지 파악

사람은 얼굴 표정을 보고 상대의 감정을 파악한다. 얼굴을 가리면 감정 소통이 힘들어진다. 위스콘신대의 애슐리 루바 박사는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자 어른들은 어린이의 감정 발달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어른들의 우려가 사실인지 알아보려고 7~13세 어린이 80명에게 슬픔과 분노, 공포를 나타내는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6가지 기본 감정 중 어떤 상태인지 맞추도록 했다. 사진은 해상도를 다양하게 조절해 일상에서 마주치는 얼굴과 비슷하도록 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간의 6가지 기본 감정은 행복, 슬픔, 공포, 분노, 놀람, 혐오감이다.

실험 결과 어린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얼굴 사진을 보면 감정 상태를 66% 정확도로 맞췄다. 6가지 기본 감정 상태 중 한 가지를 우연히 맞출 확률인 17%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예상과 달리 어린이들은 마스크를 쓴 사람의 감정도 28% 정확도로 맞췄다. 마스크가 감정 파악을 어렵게 하기는 하지만 아예 차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루바 박사는 “마스크로 얼굴 일부를 가리면 감정을 이전만큼 파악하기 힘들다”면서도 “입과 코를 마스크로 가려도 어린이들은 사람의 감정 상태를 우연히 맞춘 것보다 더 잘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억양, 몸 동작으로 표정 한계 보완해야

마스크를 쓰면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것처럼 감정 파악에 방해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화가 난 얼굴은 평균보다 낮은 27% 정확도로 맞췄고, 공포감은 18%로 가장 정확도가 낮았다.

공포는 종종 놀란 감정과 혼동됐다. 연구진은 놀랐을 때와 공포감을 느낄 때 입 모양이 다른데 마스크가 이를 가려 판단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마스크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아이들에게 감정을 잘 전달하려면 얼굴 표정의 한계를 보완할 다른 방법도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진은 “목소리의 억양이나 몸동작 등으로도 감정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