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사방을 날아다니면서 냄새를 감지한다. 드론 머리 위에는 곤충처럼 더듬이가 달려 있다<사진>. 전자 부품이 아닌 실제 나방의 더듬이다.
미국 워싱턴대 토머스 대니얼 교수 연구진은 “살아 있는 나방의 더듬이를 사용해 냄새를 찾는 드론을 개발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생물영감과 생체모방기술’에 실렸다.
연구진은 이 드론에 ‘스멜리콥터’(Smellicopter)라는 이름을 붙였다. 냄새를 뜻하는 영어 스멜(smell)과 헬리콥터(helicopter)를 합성한 말이다. 논문 제1 저자인 멜라니 앤더슨 박사는 “우리는 살아 있는 나방의 더듬이를 통해 인공물과 자연물이 가진 장점을 모두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드론은 재난 현장에서 사람이 갈 수 없는 곳까지 날아갈 수 있다. 과학자들은 재난 현장에서 생존자를 찾고, 가스 누출과 폭발물을 탐지하는 드론을 개발하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센서들은 여러 냄새가 섞여 있는 공기 중에서 특정 냄새를 찾아낼 정도로 민감하거나 빠르지 않았다.
연구진은 살아 있는 나방의 더듬이를 드론에 접목했다. 나방이 더듬이를 이용해 꽃이나 짝짓기 상대를 찾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대니얼 교수는 “나방의 더듬이 세포는 화학적 신호를 증폭하며, (나방이 냄새를 감지하는 방식이) 효율적이고 빠르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마취한 나방에서 더듬이를 잘라냈다. 나방에서 분리된 더듬이는 최대 4시간 동안 생물학적·화학적 활성 상태를 유지하는데, 냉장 보관을 통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연구진은 더듬이의 빈 공간에 전선을 삽입하고 전기회로와 연결했다. 이를 통해 더듬이의 전기신호를 측정할 수 있었다. 더듬이 센서는 사람이 개발한 센서보다 꽃향기와 에탄올에 더 빨리 반응했다.
더듬이 센서는 드론에 장착됐다. 드론은 나방이 냄새를 찾는 방법을 흉내 내면서 자율 주행한다. 꽃향기를 찾아가는 나방처럼 드론도 이동을 하다 특정 냄새를 감지하면 해당 방향으로 움직인다.
연구진은 드론이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비행하도록 뒷부분에 플라스틱 날개 두 개도 붙였다. 장애물을 피하기 위한 적외선 센서 4개도 탑재돼 20㎝ 안에 장애물이 포착되면 방향을 바꾼다. 연구진은 “이번 드론의 장점은 GPS(위성항법시스템)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주변을 조사하기 위한 카메라가 사용된다.
연구진은 나방 더듬이를 장착한 드론이 앞으로 재난 현장 잔해 속에 갇힌 사람이 호흡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하거나 폭발물의 화학적 냄새를 탐지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