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 쌓는 개미./미 농업연구소

자연에서 동물도 사람처럼 도구를 사용한다. 주로 침팬지·오랑우탄 같은 영장류나 까마귀 등 조류에서 관찰된다. 고등생물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도구 사용이 아주 작은 생명체에게서도 확인되고 있다. 바로 땅속을 누비는 개미다. 설탕물에 빠지지 않게 모래성을 쌓고, 액체를 옮길 때 농도에 따라 도구도 바꿔 든다. 몸에서 분비되는 산성 물질을 소독제로 활용한다.

◇모래성 쌓아 설탕물에 접근

미국 농무부 산하 농업연구소(ARS)의 지안 첸 박사와 중국 화중농업대 아이밍 조 교수 공동 연구진은 “검은불개미가 익사하지 않고 설탕물을 얻기 위해 용기 주변에 모래알을 쌓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지난 10월 국제학술지 ‘기능 생태학’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름 2.5㎝의 설탕물 용기를 개미에게 주고 그 주변에 모래를 뿌려 관찰했다. 처음에 개미들은 표면장력 덕분에 물 위에 둥둥 떠서 설탕물을 먹었다. 표면장력은 액체 분자가 표면에서 서로 끌어당겨 최소 면적을 유지하려는 힘이다.

연구진이 비누 용액으로 표면장력을 줄이자 개미가 설탕물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개미들은 주변에 있던 모래알을 옮겨서 용기 안팎에 쌓기 시작했다. 개미들은 모래성에 올라가 용기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5분 만에 설탕물 절반을 먹어 치웠다. 모래알을 도구로 사용해 익사 위험을 줄인 것이다. 지안 첸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개미와 같은 사회적 곤충들이 독특한 먹이 채집 능력을 가능하게 하는 상당히 높은 인지 능력을 갖췄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스펀지로 꿀 채집하는 개미./헝가리 연구진

개미가 먹이를 옮길 때 상황에 따라 적합한 도구를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개미는 액체를 잎이나 흙에 적셔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곤 한다. 헝가리 세게드대 연구진은 작은 흙 알갱이와 큰 흙 알갱이, 솔잎, 잎사귀, 스펀지 등 5종의 도구를 개미 주변에 놓았다. 그리고 점도가 다른 물과 꿀물, 꿀 등 3종에 대해 개미가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개미는 꿀물을 옮길 때는 작은 흙 알갱이로, 꿀은 스펀지로 적셔 옮겼다.

연구진은 “개미가 도구와 운반하는 액체의 특성을 모두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또한 개미는 운반을 쉽게 하기 위해서 스펀지와 잎을 작은 조각으로 찢었다. 채집 환경에 따라 가장 잘 맞는 도구를 선택했을 뿐 아니라 도구를 자신들에게 맞게 개선한 것이다.

◇산성 용액 분비해 몸 안팎 소독

개미는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소독제도 사용한다. 독일 할레-비텐베르크 마틴루터 대학교와 바이로이트 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개미가 몸 안팎을 소독하기 위해 자신의 산성 물질을 사용한다”고 지난 4일 국제 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발표했다.

개미의 복부에서는 포름산이라는 유기산이 분비된다. 이 산은 다른 곤충이나 새 같은 포식자를 막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진은 개미가 음식이나 물을 삼킬 때마다, 입을 복부에 갖다 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물을 섭취한 후에도 이런 행동을 하기 때문에 소화와 관련은 없다”고 말했다. 즉 개미들은 복부에서 분비되는 포름산으로 스스로 소독을 한 것이다.

산은 섭취한 음식 속의 세균을 죽이고 장 내 미생물 군집에 영향을 준다. 개미의 소화기관에서 박테리아가 거의 없는 이유도 산으로 설명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개미는 입을 통해 음식을 전달하는데 개미가 산을 섭취했다면 병에 걸릴 위험은 낮아진다”고 말했다. 집단생활을 하는 개미 사회에서 단체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