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향기를 맡으면 자신의 몸이 가볍고 날씬하다는 노낌을 받는다. 반면 바닐라 향기는 무겁고 뚱뚱하다는 느낌을 준다./위키미디어

레몬 향기를 맡으면 자신의 몸이 날씬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신의 몸을 실제보다 더 뚱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향기로 자존감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영국 서섹스대의 마리아나 오브리스트 교수 연구진은 지난 7~1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국 음향학회에서 “향기와 소리가 사람의 체형 인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바닐라 향은 뚱뚱하다는 느낌 줘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헤드폰과 동작 감응 센서를 장착시키고 나무판 위에서 걷게 했다. 컴퓨터는 센서 정보를 토대로 화면에 참가자를 모방한 3D(입체) 아바타(분신)를 구현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의 1m 앞에서 합성 향기를 뿜으면서 동시에 신발에 장착한 장치로 헤드폰에 들리는 발걸음 소리도 조절했다.

실험 결과 레몬 향기를 맡으면 참가자들이 컴퓨터 화면에 나온 자신의 3D 아바타를 좀 더 날씬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즉 레몬 향기가 체형 인식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반대로 바닐라 향기를 맡으면 몸이 더 무겁고 뚱뚱하다는 느낌을 줬다.

또 하이힐 소리처럼 발자국 소리가 높고 가벼우면 레몬 향기처럼 몸이 더 가볍고 날씬하다는 느낌을 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실험 참가자들은 헤드폰에 들리는 발자국 소리가 무거우면 몸도 무겁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하이힐 소리처럼 발자국 소리가 가볍고 높으면 자신의 몸이 날씬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Pixabay

◇청소년 섭식 장애 치료에 도움 기대

연구진은 앞서 연구에서 레몬 향기는 날씬한 몸과 뾰족한 형태, 높은 음을 연상시키고, 반대로 바닐라 향은 뚱뚱한 몸과 둥근 형태, 낮은 음과 연관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에 실제로 향기가 참가자의 체형 인식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오브리스트 교수는 “흥미로운 점은 소리는 무의식적인 행동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반면 향기는 의식적인 행동에 더 크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체형 인식 장애는 성장기 청소년에게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은 체중이 정상이거나 적게 나가도 10명 중 4명은 뚱뚱하다고 느낀다. 성장기에 자신의 신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면 극심한 다이어트 등으로 영양 불균형이나 섭식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또 정서 불안정 등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체형 인식 장애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를 테면 옷이나 몸에 착용하는 장비로 향기나 소리 자극을 줘 체형 인식 장애를 치료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