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컸던 상어인 메갈로돈이 작은 고래들을 사냥하는 모습의 상상도./HUMBERTO FERRÓN

메갈로돈이 거대한 몸집만큼 모성(母性) 본능도 엄청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새끼들이 얕은 물에서 어미의 보호를 받고 자랐다는 증거가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스페인 발렌시아대의 카를로스 마르티네즈-페레즈 교수 연구진은 지난 2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선사시대 메갈로돈이 세계 곳곳의 연안에 새끼 양육장소를 뒀음을 화석 증거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메갈로돈은 2300만년 전에서 300만년 전까지 살았던 대형 상어로, 몸길이가 15m까지 자랐다. 현재 가장 큰 상어인 백상아리보다 3배는 크고 무는 힘도 5배나 된다.

◇과거 연안 지역서 어린 메갈로돈 치아 발견

오늘날 새우에서 상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해양 동물은 특정 양육장소에서 새끼를 키운다. 양육장소는 수심이 낮고 맹그로브 나무나 해초가 많이 자라 어린 동물들에게 풍부한 영양분을 제공한다. 연구진은 과거 수심이 얕은 바다였던 곳에서 메갈로돈 어린 개체의 치아 화석이 발견되면 메갈로돈 역시 이런 곳에 양육장소를 뒀다고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2010년 영국 스완지대의 카탈리나 피미엔토 교수 연구진은 파나마 연안에서 메갈로돈의 양육장소로 추정되는 곳을 찾아냈다. 메갈로돈 같은 상어는 골격 대부분이 부드러운 연골이어서 화석에 남지 않는다. 다만 단단한 치아만 남는다. 연구진은 파나마 연안에서 1000만년 전 메갈로돈 어린 개체의 치아 화석을 찾았다. 하지만 당시까지는 메갈로돈이 특정 장소에서 새끼를 키우는 일이 보편적이었는지 분명치 않았다.

메갈로돈은 골격이 대부분 연골이라 단단한 치아만 화석으로 남는다. 과학자들은 연안에서 메갈로돈의 소형 치아 화석이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그곳이 과거 양육장소였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발렌시아대

발렌시아대 연구진은 이번에 지난 20년 간 스페인 동북부에서 발견된 메갈로돈 소형 치아 25점을 분석했다. 치아로 볼 때 생전 메갈로돈은 2.6m 길이이고 연대는 15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 정도 길이는 혹등고래만 한 성체 메갈로돈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소형 치아 화석이 발굴된 지역이 지질 구조와 다른 동물의 화석으로 볼 때 수심이 얕은 연안임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즉 이곳이 메갈로돈의 양육장소였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이후 태평양과 카리브해, 대서양 8군데에서 발굴된 메갈로돈 치아 화석 485점의 정보를 수집했다. 해당 지역의 지질사와 인근 지역의 고생물학 정보를 분석한 결과 그 중 4군데가 1600만년 전에서 360만년 전까지 메갈로돈의 양육장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피미엔토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지에 “이번 연구로 메갈로돈의 양육장소가 전 지구 차원의 일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300만년 전 멸종 이유 밝히는 데 도움

마르티네즈-페레즈 교수는 양육장소는 메갈로돈이 300만년 전 멸종에 이른 이유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당시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새끼를 키우던 따뜻한 연안 바다 지역마저 크게 줄었다고 추정했다. 미래가 사라진 메갈로돈은 멸종의 길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먹이경쟁도 메갈로돈을 멸종으로 내몰았다. 과학자들은 260만년 전 집단 사냥에 더 뛰어난 범고래류가 발전하면서 메갈로돈의 먹잇감인 소형 고래나 바다사자 등을 가로챘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먹이 자체도 줄었다. 스완지대 피미엔토 교수 연구진은 2017년 메갈로돈 멸종 당시 바다생물 속(屬·종 상위의 분류 단계)의 36%가 멸종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원인은 기후변화였다. 지구가 빙하기로 들어가면서 바닷물의 흐름이 바뀌고 수온이 낮아져 상어의 먹잇감들이 사라졌다. 메갈로돈이 즐겨 사냥하던 작은 고래들이 사라지고 대왕고래처럼 건드리기 힘든 초대형 고래들만 번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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