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면 동료 박치기하는 황제나비 애벌레./iScience

국산 애니매이션 ‘라바’에 나오는 애벌레들은 늘 음식을 두고 다툰다. 친구에게 음식을 뺏긴 애벌레는 불같이 화를 내고 몸싸움도 마다 않는다.

라바의 식탐이 현실에서 나타났다. 미국 플로리다 애틀랜틱대의 알렉스 키니 교수 연구진은 20일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황제나비 애벌레가 베고프면 동료에게 돌진하고 부딪혀 먹이를 뺏으려 한다”고 밝혔다.

곤충 애벌레들은 한데 모여 먹이를 나눠 먹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사람에게는 애벌레들이 득실대는 모습이 징그럽지만 그들은 평화롭게 먹이를 나누는 것이다. 황제나비 에벌레는 달랐다. 먹이 앞에선 친구도 없었다.

애니메이션 라바에서 먹이를 두고 다투는 애벌레들.

◇나비 되기 직전 가장 공격적 행동

황제나비 애벌레는 밀크위드(milkweed)라는 식물의 잎만 먹는 지독한 편식 성향을 갖고 있다. 수액이 우유 같다고 밀크위드로 불리는 식물에 애벌레 한 마리가 붙으면 5분 안에 모든 잎을 다 먹어 치울 정도다.

연구진은 실험에서 밀크위드 잎이 부족해지자 애벌레가 동료를 들이받고 밀치며 먹이를 뺏으려 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가만히 쉬고 있는 동료는 건드리지 않고 먹이를 먹는 애벌레만 공격했다.

배가 고프면 동료를 공격해 먹이를 뺏는 황제나비 애벌레./미 플로리다 애틀랜틱대

특히 나비가 되는 마지막 변태(變態)를 앞둔 애벌레가 가장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황제나비 애벌레는 더듬이 모양의 촉수로 사물을 감지하는데, 배가 고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때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애벌레의 공격 행동은 촉수의 기계감각보다는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호르몬인 페로몬이나 냄새가 촉발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른 동물들도 음식을 두고 다툰다. 연구진은 황제나비 애벌레를 연구하면 동물의 공격 행동을 유발하는 유전자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마다 왕복 6000km를 오가는 황제나비./Monarch Watch

◇어른 나비도 장거리 이주로 유명

황제나비는 이미 과학자들에게 유명한 곤충이다. 황제나비는 주황색 바탕에 검은 줄과 흰 점이 있는데 해마다 가을이 되면 캐나다와 미국 동부에서는 따듯한 멕시코 중부 산악지대로 이동한다. 봄이 되면 다시 멕시코에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해마다 왕복 6000㎞가 넘는 거리를 철새처럼 오간다.

황제나비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핵심은 눈이다. 2002년 캐나다 퀸즈대 연구진은 햇빛을 차단하면 나비가 길을 잃는 것을 보고 태양의 방위가 나비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중국 베이징대의 셰칸 교수 연구진은 ‘네이처 머티리얼스’지에 황제나비 눈에서 지구 자기장(磁氣場)을 감지하는 단백질 복합체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태양의 위치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남쪽으로 간다고 생각해보자. 태양은 시간에 따라 위치가 달라진다. 시간 정보가 없는 태양의 방위는 나비가 길을 잡는 데 무용지물인 것이다.

2016년 미국 미시간대의 대니얼 포저 교수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에 황제나비가 나침반 기능을 하는 눈과 시계 기능을 하는 더듬이가 동시에 작동해 가을이면 정확하게 남서쪽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