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시합마다 기수(騎手)는 말에게 약 15~20번 채찍질을 한다고 한다. 이제 가능하면 채찍질을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말은 피부가 두껍긴 하지만 채찍질에 사람과 유사한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호주 시드니대 수의학과의 폴 맥그리비 교수 연구진은 “통증을 감지하는 피부 바깥층의 말초 신경이 사람과 말에서 큰 차이가 없음을 발견했다”고 국제 학술지 ‘동물’에 지난 11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사람 10명과 말 20마리의 피부 표본을 비교했다. 말은 엉덩이 살에서 피부를 채취했고, 인간의 피부는 매쿼리대 해부학연구소에서 받았다. 분석 결과 말의 진피는 사람보다 많이 두꺼웠다. 진피는 표면을 덮는 피부인 표피 아래의 조직층이다.
하지만 표피의 두께와 통증을 감지하는 표피 말초신경의 밀도는 사람과 말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말의 가죽이 두꺼워도 채찍질의 고통을 느낀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말과 인간은 피부의 통증을 감지하는 해부학적 구조가 같다”며 “진피가 두꺼우면 외상에서 어느 정도 회복력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고통에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말을 채찍질하는 것이 경마에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또 다른 연구도 수행했다. 연구진은 채찍을 들고 있지만 말을 칠 수 없는 경기 67건과, 채찍질이 허용된 59건을 비교 분석했다. 경기 시간, 코스 이동 등에 있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음이 확인됐다.
일부 기수는 “채찍이 기수의 안전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맥그리비 교수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채찍 사용이 치명적인 추락을 부를 수도 있다고 한다.
맥그리비 교수는 “곤충들과 다른 말들의 접촉에서 반응해야 하기 때문에 말은 사람처럼 견고하면서도 민감한 피부가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경마에서 채찍질을 사용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