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도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장 잘 퍼지는 곳은 식당과 체육관, 카페 등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 이용 정보를 이용해 사람들의 이동을 조사한 새로운 연구 결과는 이 장소들이 미국의 도시 감염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쥬어 레스코벡 교수 연구진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장소에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감염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코벤트리 소재 워릭대학의 경제학자인 티에모 페처는 “이 모델은 질병의 확산을 억제하는 동시에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는 효율적인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포인트를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 이용 내역으로 사람 이동 추적
레스코벡 교수 연구진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바이러스 감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측하기 위해 휴대전화 앱(응용프로그램)의 익명화된 위치 데이터를 간단한 역학 모델(질병이 얼마나 빠르게 퍼지는지 추정할 수 있는)에 입력했다. 콜로라도주 덴버 소재 기업인 세이프그래프(SafeGraph)가 수집한 데이터에는 시카고와 일리노이, 뉴욕, 필라델피아, 펜실베니아 등 미국 대도시 10곳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3월부터 두 달 동안 사람들이 식당과 교회, 체육관, 호텔, 자동차 딜러, 스포츠용품점 등과 같이 인근에 있는 5만 7000여 지역을 어떻게 드나들었는지 보여주는 지도를 만들었다.
연구진이 이 모델로 예측한 3월 8일부터 4월 15일 사이 시카고 인근 지역의 감염 건수와 한 달 뒤 나온 해당 지역의 공식 감염 건수를 비교한 결과 이 모델이 확진자 수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레스코벡 교수는 “우리는 하루 중 매 시간 1억 명의 사람들이 접촉하는 네트워크를 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후 이 모델을 사용해 일부 장소가 폐쇄되거나 다시 열리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했다. 연구진은 식당이 문을 열고 사람이 가득 차게 됐을 때 감염이 가장 크게 확산됨을 확인했다. 그 다음으로 체육관, 카페, 호텔과 모텔 순으로 나타났다.
만약 시카고의 식당이 5월 1일 문을 다시 열었다면 그 달에 약 60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체육관이 열었다면 14만 9000명이 추가 감염되는 것으로 시뮬레이션됐다.
만약 이 장소들이 모두 문을 열었다면 이 모델은 330만 명의 추가 확진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닐 퍼거슨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구 이동과 관련한 빅데이터가 이동 역학을 예측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밀집장소 출입 잦아 감염자 증가
이동 데이터는 또한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이 왜 코로나19에 취약한지도 보여준다. 이들은 재택 근무와는 거리가 먼 데다 필수품을 구입하기 위해 그들이 방문하는 가게는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더 붐비는 경향이 있었다. 가난한 지역의 식료품 가게는 평균적으로 1평방피트당 시간 당 방문객이 59% 많았으며 방문객들 또한 그 외의 지역에 있는 상점과 비교했을 때 17% 오래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스코벡 교수은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사람이 적은 상점을 방문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었다”며 “결과적으로 부자 동네와 비교했을 때 쇼핑은 코로나19 감염에 두 배 위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옥스퍼드대의 크리스토퍼 다이 교수는 “이 같은 이동 패턴은 실제 데이터로 검증될 필요가 있다”며 “테스트해야 하는 역학적인 가설이지만 충분히 시험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역학 연구자들은 모델링 연구는 레스토랑과 체육관, 합창단, 요양원을 비롯해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에서 많은 감염이 나타나는 접촉 추적 연구로부터 알게 된 사실들을 입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지난달 영국에서는 정부가 8월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인 ‘잇 아웃 투 헬프 아웃(Eat Out to Help Out)’을 시행하자 많은 사람들이 식당으로 몰렸고 이는 8월 발생한 코로나 19 확진자 수의 17%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연구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조정에 도움 될 듯
다만 식당이 항상 핫스팟이 아닐수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감염병 모델을 연구하는 모리츠 크래머 교수는 독일의 추적 자료에 따르면 식당은 독일에서 주된 감염 장소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접촉 추적 데이터를 통해서 감염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도시에서 발생하는 전체 감염률 예측이 실제 데이터에서도 일치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크래머 교수는 더 상세한 추적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레스코벡 교수는 “모든 모델은 오차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예측 데이터가 관찰 데이터와 동일한 만큼 그는 작은 규모에서 효과가 없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닐 퍼거슨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는 만약 모델이 특정 지역을 방문할 때 발생하는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면 보건 관계자들은 이 모델을 사용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3140-4
※한국과학기자협회 코로나19 연구 속보
https://m.post.naver.com/my/series/detail.nhn?seriesNo=613129&memberNo=36405506
한국과학기자협회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관한 해외 첨단 연구 진행 상황과 뉴스를 신속하게 파악해 <한국과학기자협회 코로나19 연구 속보>시리즈로 게재, 소개함으로써 과학 보도의 저변을 확대하고 국민의 과학적 이해를 제고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