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부작용이 우려되는 조영제 없이도 치매 원인 물질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병원에서 인체나 생체 시료를 촬영하려면 검사 대상이 잘 보이도록 하는 화학물질인 조영제를 사용하지만 늘 부작용이라는 문제가 따라다녔다. 이제 병을 찾다가 다른 병을 부를 걱정 없이 검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서민아 박사 연구팀이 테라헤르츠 전자기파를 이용해 조영제 없이도 생체 내에 미량만 존재하는 물질을 검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영상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치매 원인 물질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서 축적되는 과정을 추적 관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1초 1조번 진동 테라헤르츠파로 진단
테라헤르츠파 전자기파는 1초에 1조 번 진동하는 주파수를 가진 전자파이다. 투과력이 좋으면서도 엑스선(X-ray)이나 방사선처럼 고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아 생체조직을 변형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부작용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X선이나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기 때문에 매우 작거나 극미량의 물질은 관찰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 테라헤르츠파는 생체의 수분에 쉽게 흡수돼 사라지기 때문에 관찰한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는 어려움도 있었다.
KIST 연구진은 메타물질을 개발해 단점들을 극복헸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성질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물질이다. 메타물질로 대상 물질의 광학적 특성을 바꾸면 특정 파장에서 금속을 플라스틱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서민아 박사 연구진은 테라헤르츠파의 민감도를 높이고, 생체 내부의 물과 만나 흡수되지 않도록 수분과 만나면 그 경계면에서 반사돼 돌아오도록 하는 새로운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메타물질을 이용해 기존 테라헤르츠파 기술로 영상화가 어려운 극미량의 생체 조직의 선명한 영상을 촬영할 수 있었다. 형광 물질이나 방사성 동위원소와 같은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기존 영상 장치와 유사한 수준의 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생쥐의 뇌에서 치매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극미량의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도 관찰했다. 지금까지는 영상의 명암 차이를 통해 상대적인 비교만 할 수 있었으나, 테라헤르츠파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된 양까지도 분석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서민아 박사는 “인체의 다양한 질병 원인 물질을 조영제 없이 직접 검출함으로써, 치매 뿐 아니라 다양한 질병 진단 기술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분석화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바이오샌서와 바이오전자공학’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