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각종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한 천체 사진들을 음악으로 변환했다. 사진은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은하중심, 창조의 기둥, 카시오페이아 A./NASA

아득한 우주 저 멀리 은하 한가운데에서 경쾌한 실로폰과 바이올린,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별들이 뭉쳐 있는 거대한 기둥으로 가면 무시무시한 소리로 바뀌더니 별들이 폭발한 잔해에서 웅장한 교향곡으로 바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찬드라 X선 연구센터는 최근 우주망원경들이 촬영한 천체 사진들로 만든 음악을 공개했다. 천체 사진에 보이는 각 부분의 밝기와 위치를 음으로 전환한 과학 음악이다.

천체 사진을 음악으로 구현하는 시스템(SYSTEM) 프로젝트는 캐나다 토론토대의 천체물리학자이자 음악가인 매트 루소 교수가 이끌었다. 루소 교수는 “관측 데이터를 음으로 들으면 우주를 다른 차원으로 경험할 수 있다”며 “천체 사진의 음향화는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려줄 뿐 아니라 천문 연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은하중심의 실로폰, 바이올린, 피아노 협주

루소 교수는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연구소의 킴벌리 아르칸드 박사와 함께 천체 관측 데이터를 음으로 전환했다. 찬드라 X선 연구센터는 먼저 은하중심(銀河中心, galactic center)을 음악으로 구현했다. 우리은하는 은하중심을 기준으로 자전하고 있다. 지구에서 거리는 은하수가 가장 밝게 보이는 궁수자리 방향으로 약 2만4800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이다.

음악으로 구현한 은하중심. 음은 사진을 이루는 각 이미지의 밝기와 위치를 나타낸다. 이를테면 이미지가 사진 위쪽에 있으면 높은 음이 된다. 밝기는 음의 세기로 표현된다./NASA

연구진은 은하중심의 사진을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가면서 음악으로 구현했다. 음은 사진을 이루는 각 이미지의 밝기와 위치를 나타낸다. 이를테면 이미지가 사진 위쪽에 있으면 높은음이 된다. 밝기는 음의 세기로 표현된다.

또 사진에서 별은 각각 고유의 선율을 가지며 가스와 먼지 구름은 단조로운 저음으로 표현된다. 음은 사진 오른쪽 아래의 밝은 영역으로 가면서 크레셴도(점점 세게)로 바뀐다. 이곳은 질량이 태양의 400만배에 해당하는 궁수자리 A 블랙홀이다.

은하중심 사진은 찬드라 X선 망원경과 허블 우주망원경,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각각 촬영한 영상을 합친 것이다. 은하 음악은 세 망원경의 영상을 합쳐 듣거나 각각 분리해 들을 수도 있다.

각각의 우주망원경은 지름이 400광년 정도 되는 은하중심에서 일어나는 다른 현상을 포착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별이 형성되는 역동적인 영역을 주로 포착했다. 스피처 우주망원경은 복잡한 구조를 가진 가스 구름이 빛나는 모습을 X선 이미지로 잡아냈다.

찬드라 망원경은 궁수자리 A 블랙홀에서 고에너지 물질들이 분출되거나 별들이 폭발하면서 수백만도 이상으로 온도가 높아진 곳을 나타냈다. 찬드라 우주망원경의 이미지는 실로폰, 허블은 바이올린, 스피처는 피아노 소리로 각각 나타냈다.

◇초신성 잔해, 가스 구름도 음악으로 구현

연구진은 카시오페이아자리 A와 ‘창조의 기둥’도 음악으로 구현했다. 카시오페이아 A는 지구에서 1만1000광년 떨어진 카시오페이아자리에 있는 초신성 잔해다. 창조의 기둥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구로부터 약 7000광년 떨어진 독수리 성운의 성간 가스와 성간 먼지의 덩어리를 촬영한 사진을 부르는 이름이다.

카시오페이아 A 음악은 초신성잔해를 구성하는 네 가지 고에너지 물질을 나타냈다. 사진에서 붉은색으로 나타나는 실리콘과 노란색의 황, 녹색의 칼슘, 보라색 철이다. 음악은 초신성잔해 중심에서 바깥으로 가면서 이 물질들이 어느 방향에 얼마나 있는지를 표현했다. 물질이 많으면 음이 강해진다.

카시오페이아 A 음악은 초신성 잔해를 구성하는 네 가지 고에너지 물질을 나타냈다. 사진에서 붉은색으로 나타나는 실리콘과 노란색의 황, 녹색의 칼슘, 보라색 철이다. 음악은 초신성 잔해 중심에서 바깥으로 가면서 이 물질들이 어느 방향에 얼마나 있는지 표현했다. 물질이 많으면 음이 강해진다.

창조의 기둥 음악은 사진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면서 가시광선과 X선 이미지를 표현했다. 은하중심 음악에서는 이미지가 위쪽에 있으면 높은음으로 표현됐지만, 창조의 기둥에서는 기둥의 구조에 따라 낮은음에서 높은음으로 오가는 형태가 반복된다. 소리를 통해 창조의 기둥의 역동적인 구조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시광선과 X선이 나타나는 부분은 각각 다른 선율로 표현된다.

창조의 기둥 음악은 사진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면서 가시광선과 X선 이미지를 표현했다. 창조의 기둥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구로부터 약 7000 광년 떨어진 독수리 성운의 성간가스와 성간먼지의 덩어리를 촬영한 사진을 부르는 이름이다. /NASA

◇우주 연구의 새로운 도구가 되기도

천체 관측 데이터의 음향화는 천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도구일 뿐 아니라 우주 연구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연구소의 시각장애 천문학자인 완다 디아즈-머시드 박사는 음향화 기술을 이용해 별과 태양풍, 우주방사선을 연구하고 있다.

일반 연구자도 음향화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디아즈-머시드 박사는 실험에서 시각에 문제가 없는 천문학자도 음향화로 구현된 청각 정보를 주면 시각 정보만 볼 때보다 데이터에서 원하는 신호를 더 잘 포착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