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내지 못하는 것은 기업들이 당장 상용화에 필요한 응용 연구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무궁무진한 기술 혁신을 이룰 기초과학에 정부뿐 아니라 기업의 장기 투자가 있어야 노벨상 수상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글로벌 학술 정보 분석 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지난 7일 ‘고인용 연구와 오픈 이노베이션’ 리포트에서 “노벨상 연구 성과는 기술 혁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많은 한국 연구자가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하고 있지만, 기술 혁신을 가져올 대학과 기업의 연구 협력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클래리베이트는 지난 2002년부터 논문 피인용 빈도가 상위 0.01%에 해당하는 우수 연구자들을 노벨상 수상이 유력한 과학자로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대 현택환 석좌교수를 화학상 유력 후보로 꼽기도 했다. 클래리베이트가 올해까지 유력 후보로 지목한 연구자 350명 중 57명(16%)이 노벨상을 받아 ‘노벨상 족집게’로 불린다.
최근 노벨상의 특징은 기초과학이라도 인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가 수상 여부를 가르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안겨준 리튬이온배터리 연구는 350여 건의 발명을 낳았다. 각각의 발명은 2800여건의 특허로 출원됐다. 기초연구가 기술 혁신을 낳은 것이다. 올해 화학상을 받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연구도 질병의 근본적 치료와 새로운 농업 혁명을 가져올 기술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기초연구의 가치를 알아보고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그 결과 IBM, 구글,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매년 1000편 이상의 기초연구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고 있다. 일본이 노벨상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기업 역할이 컸다. 일본 과학자들은 기업에서 수십 년 장기 연구를 통해 청색 LED(발광 다이오드), 리튬이온배터리 등을 개발해 노벨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노벨과학상 수상자 24명을 배출했는데 이 중 4명이 기업 출신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대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생산성은 외국 기업에 크게 못 미친다. 2015~2017년 구글이 연구비 1억유로당 상위 1% 논문을 0.11편 발표했는데, 국내 상위 5개 기업은 0.05편에 그쳤다.
클래리베이트는 “한국은 장기적 기초연구보다는 당면한 기술 개발에 더 우선순위를 두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국내 연구자들의 우수한 연구 성과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