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초소형) 로봇은 100만분의 1m 크기의 아주 작은 로봇이다. 크기가 작아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는데, 특히 의료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의료 장비로는 접근할 수 없었던 인체 내부까지 들어가 원하는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단순히 약물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를 배양해 전달하는 등 로봇의 기능이 점점 더 정밀해지고 있다. 사람 몸속에서 이동하는 로봇의 추진력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뇌 신경세포 정확히 전달해 연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공학전공 최홍수 교수팀은 “체외 환경에서 원하는 위치에 정밀하게 신경세포를 전달해 신경망을 연결하는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지난달 발표했다. 생명과학 연구자들은 동물실험이나 임상시험을 하기 전에 칩 위에서 세포 실험을 하는데, 이를 위한 로봇을 개발한 것이다.
최 교수팀은 특수 공정을 통해 로봇을 길이 300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m), 폭 95마이크로미터의 크기로 제작했다. 로봇에 금속인 니켈을 먼저 코팅한 뒤 그 위로 인체에 해가 없는 산화 티타늄을 코팅했다.
로봇은 금속 코팅 덕분에 자석으로 책받침 위에 쇳가루를 움직이듯이 외부에서 자기장을 가해 움직일 수 있다. 로봇 몸체에는 신경세포를 배양할 수 있도록 5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홈이 파여 있다. 홈의 폭은 신경세포가 신호를 받는 축색 돌기와 신호를 내보내는 수지상 돌기의 폭과 같아 이곳에서 세포가 자랄 수 있다.
연구진은 로봇의 신경망 연결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쥐의 해마 신경세포를 칩 위에서 따로 분리해 배양했다. 해마는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중요한 영역이다.
신경세포 100여 개를 실은 마이크로 로봇은 10초 만에 목표 지점에 도착해 1분 안에 두 신경세포 집단을 연결했다. 연구진은 “신경세포에서 오가는 전기 신호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최홍수 교수는 “중증 뇌 질환인 치매나 뇌전증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 연구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몸 밖이 아닌 인체 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생체 친화적 소재와 형태를 가진 로봇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 발 또는 산소 거품으로 이동하는 로봇
마이크로 로봇을 얼마나 정확한 위치에 잘 보내는지도 중요하다. 최홍수 교수팀처럼 자기장을 이용해 로봇을 제어하는 기술 외에도 기계·화학적인 방식으로 로봇을 이동시키는 기술들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네 발로 걷는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해 지난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크기는 가로와 세로, 두께가 각각 40마이크로미터, 40~70마이크로미터, 5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다. 짚신벌레 크기 정도이다.
로봇은 다리 4개가 있고 등에 전원을 공급할 실리콘 태양광 회로가 부착됐다. 이 로봇에 레이저를 쏘면 내부에서 (+)전기를 띤 입자인 양이온이 백금으로 이뤄진 다리로 이동한다. 이러면 용액에 녹은 음이온이 양이온을 따라 다리에 붙고, 그 결과 무릎처럼 구부러진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서 앞으로 기어갈 수 있다.
아직 로봇은 동작 속도가 느리고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기능이 없다. 연구진은 앞으로 연구가 발전하면 로봇이 인체의 혈관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독일 켐니츠 공대 연구진도 최근 산소 거품으로 추진력을 얻는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 로봇은 평평한 형태로 가로와 세로가 각각 800마이크로미터이며 높이는 140마이크로미터이다.
로봇은 두 개의 튜브로 이뤄져 있다. 튜브 내부에는 백금이 들어 있다. 로봇을 과산화수소가 포함된 용액에 넣으면 튜브 안에서 촉매 반응이 일어나 산소 거품이 발생한다. 로봇은 이 힘으로 이동한다.
외부에서 전기 신호를 수신하면 중앙에 있는 코일이 튜브 중 하나를 가열한다. 휴대전화의 무선 충전과 유사한 원리다. 고온일수록 강한 반응이 일어나 거품이 더 많이 발생한다. 이를 통해 로봇의 방향을 제어할 수 있다.
로봇은 앞으로 인체 내에 있는 특정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는 용도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재는 과산화수소가 연료이기 때문에 연구진은 인체에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연료를 새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