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회성 바퀴벌레(Melyroidea magnifica). 다 자란 바퀴벌레는 머리가 빨갛고 몸통은 녹색을 띤다./슬로바키아 과학원

꿀벌이나 개미처럼 여왕과 일꾼으로 역할을 분담한 바퀴벌레 집단이 발견됐다. 바퀴벌레가 계급을 갖춘 사회를 이룬 모습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슬로바키아 과학원의 페트르 브르산스키 박사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자연의 과학’에 “남아메라카에서 진사회성 바퀴벌레를 최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진사회성이란 집단에서 특정 개체가 자손을 낳고, 다른 개체들은 자식들을 공동으로 부양하는 특성을 말한다. 진사회성 곤충인 개미 사회에서 일개미는 여왕개미와 마찬가지로 암컷이지만 생식을 포기하고 여왕개미가 낳은 알을 돌본다.

◇여왕 바퀴벌레만 알 낳아

브르산스키 박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바퀴벌레는 모두 단독생활을 한다고 알려졌다. 먹이를 따라 몰려 다닐 뿐 자손 번식과 육아를 위해 힘을 모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에 에콰도르에서 찾은 바퀴벌레(Melyroidea magnifica)는 여왕이 알을 낳고 나머지는 함께 알과 애벌레를 돌본다고 밝혔다.

다 자란 바퀴벌레는 머리가 빨갛고 몸은 녹색이었다. 애벌레나 어린 개체는 검은색이었다. 연구진은 둥지에서 다른 개체보다 몸집이 1.25배 큰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다른 바퀴벌레와 달리 날개가 흰색이었다. 연구진은 여왕 바퀴벌레라고 추정했다. 2개월 관찰에서 오직 이 바퀴벌레만 알을 낳았다.

진사회성 바퀴벌레(Melyroidea magnifica)의 여왕. 다른 바퀴벌레는 몸통이 녹색이지만 여왕은 흰색이다. /슬로바키아 과학원

◇공룡시대부터 진사회성 유지

마그니피카 바퀴벌레는 1912년 에콰도르 열대우림에서 발견되고 지금껏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연구진은 20년 추적 끝에 마침내 2017년 에콰도르에서 이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나무에 있는 둥지에는 수백 마리가 함께 있었다. 바퀴벌레는 대부분 시간을 둥지에서 보냈다. 그동안 관찰되지 않은 것도 이런 독특한 습성 때문이었던 것이다.

바퀴벌레는 공룡시대부터 존재했다. 진사회성 곤충인 흰개미가 같은 바퀴벌레목(目)에 속한다. 꿀벌과 개미는 벌목이다. 브르산스키 박사는 “공룡시대에는 분명 진사회성 바퀴벌레들이 살았을 것”이라며 “공룡 멸종 이후 모두 단독생활로 바뀌고 마그니피카 종만 진사회성을 유지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