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자협회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관한 해외 첨단 연구 진행 상황과 뉴스를 신속하게 파악해 <한국과학기자협회 코로나19 연구 속보>시리즈로 게재, 소개함으로써 과학 보도의 저변을 확대하고 국민의 과학적 이해를 제고하고자 합니다.
코로나(COVID-19) 셀프 감염 검사가 가능한 진단 키트가 개발됐다. 소량의 침이나 혈액만 있으면 10분 이내 결과를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의료진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집에서 혼자 간편하게 검사 할 수 있는 진단 기기로 상품화할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칼텍) 연구진은 지난 1일 “기존에 개발한 저비용 센서를 기반으로 코로나19 등의 감염 여부를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복합 진단키트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매터’에 실렸다.
◇코로나 검사 시간 3분의 1로 줄여
칼텍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복합 진단키트는 의료 전문가 도움 없이 가정에서 소량의 침·혈액을 분석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10분 이내 판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개발된 가장 빠른 진단 키트의 검사 시간은 대략 30분 내외로 알려져 있다.
이번 테스트기 개발은 이 대학 의학과 웨이 가오 교수가 이끌었다. 가오 교수는 앞서 혈액·침·땀 등에 포함된 극미량의 특정 화합물을 검출해, 통풍이나 스트레스 수준 등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무선 센서를 개발한 바 있다. 이번 진단 키트도 이 기술을 토대로 개발됐다.
연구팀이 제작한 센서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이용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6각형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평평한 판(板) 형태 물질로 전기가 구리보다 100배 더 잘 통한다.
연구팀은 레이저로 플라스틱에 미세 구멍들이 나있는 3차원(D) 입체 그래핀 구조를 새겼다. 미세 구멍들은 센서의 표면적을 늘려 극미량의 화합물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다. 또 센서의 그래핀 구조는 면역단백질인 항체와 결합하기 쉽다. 항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과 같이 병원체의 특정 단백질에 결합한다.
◇네 가지 물질로 바이러스 감염 확인
칼텍 연구진은 복합 진단 키트를 ‘코로나 바이러스 래파드플렉스(SARS-CoV-2 RapidPlex)’라고 이름 붙였다. 이 신형 센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항체와 단백질들 네 가지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센서에는 네 개의 전극이 가지처럼 뻗어 있다. 전극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 두 가지(IgG, IgM)와 C반응단백질 (C-reactive protein, CRP), 뉴클레오캡시드와 결합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체 면역반응에 의해 항체가 생긴다. C반응단백질은 혈액에 있는 고리 모양의 단백질로, 염증이 발생하면 증가한다. 뉴클레오캡시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물질과 이를 둘러싼 단백질 껍질의 복합체이다.
즉 네 가지 전극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는지, 지금도 바이러스가 있는지, 염증 상태는 어떤지 바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몇 분 안에 3가지 수치 데이터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초기 감염, 면역력, 중증도 등 감염에 대한 전체 상태를 수치로 얻을 수 있다”면서 “단일 센서로 3가지 데이터로 감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원격 의료 플랫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복합 진단키트는 단순하고 휴대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활용 중인 코로나19 검사 진단 키트로는 그 결과가 나오는데 수 시간 이상 혹은 하루 이상 걸린다. 또 비싸고 복잡한 장비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자가진단으로 무증상 감염자 차단
의료계는 무증상 감염을 통한 ‘조용한 전파’가 코로나19를 억제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외부 접촉 등의 특이 사항을 발견하기 힘들어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인이 감염자인지 모르고 돌아다니는 무증상 감염자가 10명 중 4명 정도라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이들이 매일 직장에 나가고, 가족·지인 모임 등에서 활동하면 치료제·백신 개발 전엔 감염병 추가 확산을 도무지 막아낼 방도가 없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무증상 감염자를 신속하게 선별할 수 있는 진단기기 개발이 관건이자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열쇠 중 하나로 비춰지고 있다.
이번 복합 진단 키트는 코로나19 양성·음성 진단을 받은 소수에게 혈액과 침 등의 검체를 얻어 시험했다. 효능을 확인하려면 후속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가오 교수는 “시험 결과 센서의 정확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확도를 실제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실험실 규모가 아니라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더 큰 규모의 시험을 진행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코로나19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병원 시험을 마친 뒤에는 가정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한지도 시험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우편으로 진단 키트를 받아 직접 자신의 몸 상태를 검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감염병 검사도 가능하도록 성능 개선을 이뤄, 감염병 진단 멀티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가오 교수는 “이번 검사 장치를 가정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관련 규제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한국과학기자협회 코로나19 연구속보
https://m.post.naver.com/my/series/detail.nhn?seriesNo=613129&memberNo=36405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