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자협회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관한 해외 첨단 연구 진행 상황과 뉴스를 신속하게 파악해 <한국과학기자협회 코로나19 연구 속보>시리즈로 게재, 소개함으로써 과학 보도의 저변을 확대하고 국민의 과학적 이해를 제고하고자 합니다.

한 여성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시험용기에 타액(침)을 뱉고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 타액에 있는 바이러스 유전자를 찾는 것이 면봉으로 목과 콧구멍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기존 유전자 검사보다 더 빠르고 비용도 줄인다고 밝혔다./미 일리노이대

코나 목구멍에 면봉을 넣어 시료를 채취하는 유전자 검사가 환자에게 불편하고 오히려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검사 키트가 많이 필요하다는 단점도 있다. 최근 면봉 대신 간단하게 침을 뱉어 코로나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그리고 더 많은 사람에게 검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러 명의 타액을 섞어 동시에 검사하면 검사 횟수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노팅엄대의 도미닉 쇼 교수 연구진은 지난 22일 국제 학술지 ‘랜싯 호흡기 의학’지 논평 논문에서 “타액(침)을 이용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검사법이 기존 유전자 검사법의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타액 검사도 유전자 검사만큼 정확도 높아

쇼 교수는 타액 검사법의 가능성을 미국 예일대 앤 와일리 교수 연구팀이 입증했다고 소개했다. 와일리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28일 환자의 침으로 코로나19 양성 여부를 충분히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공개했다.

와일리 교수 연구팀은 유전자 검사법으로 이미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입원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추가로 침과 면봉을 통해 각각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1~5일 뒤 침을 통해 확보한 시료 중 81%가 양성을 보였다. 의료진이 면봉으로 코와 목구멍에서 채취한 시료는 71%가 양성이 나왔다. 연구팀은 “침 시료와 코에서 면봉을 통해 채취한 시료가 비슷한 수준의 유사한 민감도를 가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고도 증상이 없는 사람들이 많이 발견된다. 예일대 연구팀은 이런 경우에 두 진단법이 어떤 결과를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해 코로나 증상이 없는 의료 종사자 495명을 대상으로 같은 방식으로 시료를 확보했다. 침에서 얻은 시료로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있는지 알아보는 역전사 중합효소 정량 연쇄반응(RT-qPCR) 검사를 진행한 결과, 13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9명은 직접 면봉으로 자신의 시료를 채취해 다시 검사를 했는데 7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타액 검사법이 오히려 더 정확하게 코로나19 판정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처음 타액 검사로 양성이 나온 13명은 추가로 실험실에서 검사를 해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구팀은 면봉으로 시료를 채취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숙련도가 달라 검사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일대 연구진은 타액 검사법에 대한 방법론을 공개하고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 승인을 받았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가 환자의 침을 활용한 검사가 코로나19 진단에서 면봉을 활용한 방법보다 훨씬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효과가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허가한 코로나19 검사용 키트. 선별진료소에서 채취한 가검물을 시설을 갖춘 실험실에서 분석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6시간의 시간이 걸리지만 정확도가 현재로서는 가장 높은 검사 기술이다. 사용하는 유전자만 일부 다를 뿐 전세계가 비슷한 방식을 사용한다./CDC

◇환자 접촉 많은 의료진 위한 저렴한 검사법 필요

쇼 교수는 랜싯 논평 논문에서 타액 검사법은 특히 더 많은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에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도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코로나19 진단 키트의 수급 문제가 있어 의료 관계자의 건강 상태를 살펴보기 위한 정기 검사를 대규모로 이른 시간 안에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코로나19 표준 진단에는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RT-PCR) 검사가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면봉을 코나 목구멍 속으로 깊숙이 밀어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라 채취과정에서 환자가 불편함을 느낀다. 오히려 재채기나 기침을 유발해 바이러스가 퍼져나가기 쉬운 에어로졸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 환자와 의료 종사자가 검체 채취 과정에서 가까이 접촉해야 하고 검사 키트가 대량으로 필요하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환자와 접촉이 잦은 보건의료 종사자가 값싸고 편리하게 정기적으로 검사 받기 어려운 제약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큰 의료진의 감염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자신은 물론 가족과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 감염은 의료진 본인은 물론 환자와 또 다른 의료진의 발병률과 사망률을 높이는 결과로도 이어진다. 의료진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노출돼 격리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결국 공중 보건 시스템의 대응 능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일은 실제로 벌어졌다. 올 3~7월 영국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확산이 일어났을 때 환자를 치료한 호흡기 내과의 5분의 1이 감염됐다. 3분의 1은 증상이 나타났거나 최소 한 차례 증상이 나타난 환자와 접촉을 했다는 이유로 격리됐다. 각국이 병원 내 의료진과 환자 감염을 막기 위해 의료진 보호를 위한 강력한 감시 시스템 마련에 분주한 이유다.

◇여러 명 검체 묶어 동시 검사하는 방법도 대안

타액 검사를 할 때 여러 명의 검체를 함께 검사하는 집단 검사도 코로나19 검사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PCR 방식을 활용한 바이러스 증폭 기술은 바이러스 농도가 낮아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한 번의 검사에서 여러 명의 검체를 시험할 수 있다.

집단 검사법은 적은 비용과 자원으로 대규모 검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집단 검사 시료가 음성이 나오면 시료에 포함된 모든 개인은 음성일 가능성이 커 더는 검사는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직 집단 검사 연구는 초기 단계에 있다. 하지만 일부 기술은 이미 지역사회에서 하수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추적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인구 1만 명에 숨어있는 한 명의 양성 사례를 걸러낼 정도의 민감도를 보인다.

과학자들은 침 시료와 집단 검사를 활용하면 의료진 보호를 위한 효율적이고 비교적 저렴한 감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팅엄대 연구진은 랜싯 논평 논문에서 타액 검사법과 집단 검사법, 스포츠 도핑 테스트에서 얻은 통찰력을 활용한 신속 검사법을 제안했다.

이들에 제시한 방법에 따르면 환자를 다루는 모든 의료진은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침 시료 2개를 제공한다. 이들 시료는 시료 A와 시료 B로 나눈다. 시료 A는 다른 시료와 합쳐서 집단 검사를 진행하고, 만약 양성 반응이 나타나면 다른 시료B를 시험해 실제 이 의료진이 감염됐는지 판단한다.

두 번째 시험에서 음성이 나오면 불필요한 개별 검사가 필요 없어지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효과가 확인될 경우 이 타액 감시 시스템은 공중 보건 종사자들에게 낮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상도 병동 근무자를 비롯해 수술 전 검진 환자, 학교와 대학, 교도소, 요양원, 직장에서도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양한 코로나 집단검사법./조선일보DB

◇영국 내년까지 전 국민 대상 검사로 확대 계획

영국 정부는 이달 초 모든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내년 봄까지 코로나19 감염 감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놨다. 연구팀은 이 접근법이 보건의료 종사자들에게 시범적으로 적용되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면 신속하게 규모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물론 이 감시 시스템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실험실에서 많은 수의 타액 검체를 취급할 때 바이러스 누출과 오염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집단 검사의 효율성은 검사 대상 규모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시료 수와 시험 주기를 정하는 것도 검사 효율성 확보에 중요하다.

※출처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res/article/PIIS2213-2600(20)30444-6/fulltext#%20

※한국과학기자협회 코로나19 연구 속보

https://post.naver.com/my/series/detail.nhn?memberNo=36405506&seriesNo=613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