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세포를 원하는 곳에 전달할 수 있는 마이크로 로봇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뇌 신경회로의 기능을 연구하는 새로운 실험 수단이 될 뿐 아니라, 연구가 발전하면 알츠하이머 치매 같은 뇌질환으로 손상된 신경망도 복구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최홍수 교수 연구진은 26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외부 자기장에 반응하는 마이크로 로봇으로 원하는 곳에 신경세포를 전달해 새로운 신경망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로봇의 표면 홈에 신경세포 자라도록 해
연구진은 플라스틱 재질의 직육면체에 니켈과 티타늄을 코팅해 마이크로 로봇을 만들었다. 니켈은 자성을 띠는 물질이어서 자석에 쇳가루가 움직이듯 자기장을 걸어주면 원하는 곳으로 움직일 수 있다. 티타늄은 인체에 이식하는 인공 관절에 쓸 정도로 인체 친화적 소재이다. 니켈의 독성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마이크로 로봇은 길이가 300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미터)이고 폭은 95마이크로미터이다. 연구진은 로봇의 표면에 5마이크로미터 폭으로 길게 홈을 만들었다. 홈의 폭은 신경세포가 신호를 받는 축색 돌기와 신호를 내보내는 수지상 돌기의 폭과 같다. 로봇에 신경세포를 얹으면 홈을 따라 자랄 수 있는 것이다.
◇1분 안에 두 신경세포 집단 사이를 연결
연구진은 마이크로 로봇의 신경세포 전달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용 쥐의 뇌에서 해마 신경세포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배양했다. 해마는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중요한 영역이다. 신경세포들은 가로세로 500마이크로 크기의 정사각형 형태로 군집을 이루도록 했다. 최종적으로 이 군집들을 여러 개 배치해 일종의 격자 구조를 만들었다.
다음은 마이크로 로봇에 신경세포 100여 개를 넣고 자기장을 걸어 신경세포들이 자라고 있는 두 정사각형 사이로 이동 시켰다. 말하자면 신경세포들이 자라고 있는 두 섬 사이를 로봇이 연결하도록 한 것이다.
로봇은 10초 만에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이어 로봇에 실린 신경세포는 1분 안에 두 신경세포 집단을 연결했다. 연구진은 전극으로 신경세포 사이에 신호가 오가는 것을 확인했다.
◇생분해 가능한 마이크로 로봇도 개발 중
최 교수는 “뇌과학자들이 마이크로 로봇으로 신경세포와 신경망의 생물학적 특징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알츠하이머 치매 같은 뇌질환을 연구하는 실험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뇌질환 치료이다. 최 교수는 “마이크로 로봇은 신경망을 능동적으로 조정하거나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생체 내부에서 마이크로 로봇이 작동할 수 있도록 생분해가 가능한 재질로 바꾸고 있다. 또 생체 내부가 혈액이나 체액으로 가득 찬 유체 환경이라는 점에서 그 안에서 이동하기 좋도록 타원이나 원형으로 로봇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