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하 코로나19)와 질환의 원인이 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또는 2019-nCoV)에 대한 과학 지식과 최신 연구동향을 담은 를 발행합니다. IBS 과학자들이 국내외 연구동향과 과학적 이슈, 신종 바이러스 예방·진단·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진행 상황과 아이디어 등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코로나19는 언제 종식되는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의 답을 궁금해 할 것이다. 희망적인 예측을 내놓고 싶지만, 과학자로서 바라보는 현실은 냉혹하다. 현재 추이를 지켜볼 때 코로나19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종식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주기를 두고 겨울철마다 감기를 일으키는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인간은 나름대로 대응하며 살아왔으나 여전히 완전히 정복하진 못했다.
코로나19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앞으로는 어렵지만 주기를 두고 나타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의한 감염에 잘 대응하며 살아갈 방안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즉, 현재 시점에서는 코로나19의 효율적 예방과 피해 최소화 방안의 도출이 보다 현실적인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질문을 “언제쯤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로 바꾸는 것이 지금 필요한 해법을 찾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최상의 시나리오: 2~3년 내 백신 대중화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2~3년 내 팬데믹 이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들은 일치된 마음으로 엄격하고 현명한 방역을 실시했다. 코로나19의 전파를 급감시켰고, ‘K-방역’이라는 슬로건도 탄생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코로나19 방역 성공 국가로서 국격도 높였다. K-방역은 코로나19를 효율적으로 예방하는 백신들이 상용화 될 때까지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각국의 유명 글로벌 제약회사와 연구소들이 앞 다투어 다양한 종류의 코로나19 예방 백신들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백신들의 임상3상 예비결과를 검토해보면, 높은 효율로 생체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중화항체를 만들어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화항체가 만들어지면 체내에서 바이러스의 확산과 세포 내 침입을 차단하기 때문에 큰 증상 없이 가볍게 지나간다. 코로나19 환자수가 급속히 줄어드는 동시에 주변인들 역시 중화항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남은 임상시험들을 잘 통과하여 대중에게 상용화될 수 있는 시기를 내년 초로 보고 있다. 백신을 투여 받은 사람들이 중화항체를 체내에 듬뿍 갖게 되는 행운이 이뤄지기를 바라본다.
하지만 신은 우리에게 축복과 행운만을 허락하진 않으신다. 고연령층, 면역 이상 및 기저질환 환자, 원인이 불분명한 일부 정상인들은 백신을 투여해도 중화항체를 충분히 생성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분들에게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계속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치료할 수 있는 각종 바이러스 감염 치료제들(항체 및 화합물)과 면역치료제들도 최근 속속 개발되고 있다. 특히, 기저질환자를 감안한 새로운 병합투여 및 약물재창출, 그리고 임상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에는 신이 허락하지 않은 부분들을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하려는 희망이 담겨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 바이러스의 급격한 유전자 변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보면, 일상 복귀까지 몇 십 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자 변이는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매우 빠르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세포에 침투하여 그 세포가 생명유지에 필요한 자원을 탈취하여 증식한다. 물론 바이러스가 좋은 쪽(숙주세포 감염력과 바이러스 증식률 감소)으로 유전자 변이가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유전자 연구자들에 따르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새로운 숙주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쁜 쪽(숙주세포 감염력과 바이러스 증식률 증가)으로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변이가 급속히 일어나 현재 개발 중인 백신과 치료약의 효과가 별로 없다면, 코로나19를 단기간에 종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유전적 변이를 일으키는 원인을 분석하여 핵심과정을 차단하는 연구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경우 인류는 지금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코로나19와의 길고 힘든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K-방역 Vs. 집단면역
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국가별로 달랐다. 엄격한 방역을 실시한 우리나라와 가장 대비되는 국가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집단면역을 실시했다. 집단면역은 코로나19에 대항하는 항체를 인구의 60~70%가 갖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백신을 투여하거나, 자연적으로 항체가 발생하길 기다리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신규 환자 발생이 급감하고 일상생활 영위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집단면역을 자연적 발생에만 의존한다면, 집단면역이 형성될 때까지 면역 기능이 약화된 고령층과 기저질환자들의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 효율적인 백신의 상용화는 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 형성을 촉진시킨다. 따라서 백신이 나올 때까지는 엄격한 방역을 유지하며 기다리는 것이 희생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몇몇 나라들은 방역을 느슨하게 하면서 자연적 집단면역 형성이 이뤄지도록 하여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K-방역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달리 일상 활동을 지속해 사회경제적 손실을 줄여보려는 시도이다.
엄격한 방역을 실시한 우리나라와 느슨한 방역을 통해 집단면역을 유도하는 스웨덴은 매우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다. 3~4년 뒤 양국의 코로나19에 대한 코호트 조사와 사회경제적 손실 비교를 해보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 동시에 향후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의 대응 전략 수립에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상황에서는 “언제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뚜렷한 답을 내기가 어렵다. 어쩌면 ‘잘 모른다’가 가장 적합한 답일지도 모른다. 인류는 여전히 역사상 겪어보지 못한 전파력이 매우 큰 신종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한 최상과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상황이 어떻게 변화하든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과학의 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