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손가락으로 물체를 조립할 수 있는 로봇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최근 사람과 함께 조립 작업을 하는 협동로봇이 중소기업의 공장 자동화를 이룰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작업에 따라 로봇팔에 장비를 다르게 장착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기술은 국내 중소기업이 협동로봇을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사람 손동작을 모방해 세 개의 로봇 손가락으로 물체를 잡아 빠르고 정교한 부품 조립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손가락 3개로 부품 조립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기존 로봇팔은 집게 형태의 ‘그립퍼’가 손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데, 부품 형상에 따라 그립퍼의 크기와 모양이 제각기 달라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기계부품 속에 다른 부품을 끼워 넣는 작업은 조립 위치가 설정 값과 다르거나 부품 간 오차가 발생할 경우 공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연구진은 사람 손처럼 정밀하면서도 유연한 로봇 손을 개발했다. 생기원 로봇응용연구부문 배지훈 박사팀은 각각 3~4마디의 관절을 지닌 손가락 3개로 로봇 손을 제작해 상용 로봇 팔에 부착했다.
로봇은 손가락 2개가 물체를 잡고 나머지 손가락이 물체를 살짝 기울인 상태에서 조립 위치로 끌고 가 물체를 흔든다. 그러면 물체는 다른 부품의 구멍 방향으로 빨려 들어간다.
배 박사는 “이번 로봇은 팔은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손가락 관절만 움직여 조립한다”며 "그립퍼는 물체를 잡으면 집게가 그대로 고정돼 팔만 움직여야 하는 반면, 우리 로봇은 팔 뿐 아니라 손가락도 이용한다는 점이 기존 기술과 가장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이 오차 보정
로봇에는 작업 위치와 상황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맵(AI-Map)’이 구축돼 있다. 이를 통해 오차가 있어도 자체 보정한다. 로봇은 불필요한 팔 동작은 최소화한 상태에서 손가락 관절을 주로 움직여 조립한다.
이번 협동로봇은 현재 부품 사이 간격이 0.1㎜ 수준에 불과한 조립 작업을 약 3초 내외로 수행할 수 있다. 또한 가격이 1개당 1000만원 정도 하는 오차 보정 센서가 필요 없어 제작 비용도 저렴하다.
배지훈 박사는 “사람 손의 속도와 정확도를 따라잡아 실제 손처럼 자유자재로 실수 없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기존 양팔 로봇 손에 이번 기술을 적용해 실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생산 단가를 낮추는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사람 수준의 양팔 로봇
배 박사는 “로봇 손이 사람 손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사람 손의 속도와 정확도를 따라잡는다면 산업 현장에서도 널리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2016년 개발한 고기능 양팔 로봇의 팔 부분에 이번 기술을 적용해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생산 단가를 낮추는 후속 연구도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배 박사는 2015년 3차원 인식 정보를 기반으로 인간 상반신을 닮은 고기능 양팔 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이 로봇은 2016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IEEE 스펙트럼’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