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년 전 호박에 갇힌 미세 갑각류 암컷의 몸 안에서 발견된 정자. 동물의 정자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영국 왕립학회보B

미얀마에서 발굴한 호박(琥珀) 속에서 공룡시대에 살았던 작은 갑각류의 정자가 발견됐다. 이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의 정자로 기록됐다.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언 뮌헨대의 레나테 마츠케-카라츠 박사와 중국 난징 지질고생물학연구소의 왕보 교수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16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영국 왕립학회보 B’에 “1억년 전 미세 갑각류의 암컷 생식기 안에서 50여개의 정자 세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짝짓기 직후 송진에 갇혀 화석이 돼

미얀마르시프리스 후이(Myanmarcypris hui)라는 학명의 이 갑각류는 패충류(貝蟲類)로 분류된다. 물벼룩과 비슷하지만, 석회질이 껍질이 있다. 몸길이는 0.5㎜에 불과해 ‘씨앗 새우’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연구진은 짝짓기를 방금 마친 암컷이 나무에 있다가 떨어진 송진에 갇혀 몸 안의 정자까지 그대로 화석이 됐다고 추정했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동물의 정자는 남극에서 발굴한 5000만년 전 고치의 애벌레 속에서 나온 것이었다.

1억 년 전 호박에 갇힌 미세 갑각류들. 암컷의 몸 안에서 정자가 발견됐다./영국 왕립학회보B

마츠케-카라츠 교수는 10여년 전 백악기 초기의 패충류 화석에서 엄청나게 큰 정자를 가졌던 것으로 보이는 생식기관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미얀마에서 발굴한 호박 속에서 같은 시기에 살았던 패충류 32종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호박 속에 온전히 보존된 갑각류의 생식기 속에서 정자와 난자를 찾아냈다.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3D(입체) 형태를 복원하자 난자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지만, 정자는 생각대로 수컷의 몸길이와 비슷할 정도로 거대했다.

◇동물의 생식 진화과정 연구에 도움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동물마다 특화된 생식 전략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인간을 포함해 대부분의 동물은 수정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매우 작은 정자를 엄청난 양으로 방출한다. 일종의 인해전술이다.

반면 초파리나 패충류는 적은 수의 대형 정자를 만든다. 정자 길이는 수컷보다 길 정도다. 이 경우 수정 성공률은 정자의 크기에 비례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1억 년 전 미세 갑각류의 짝짓기 상상도. 이후 바로 송진에 갇혀 화석이 된 암컷의 몸 안에서 정자가 발견됐다../영국 왕립학회보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