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 웃긴 야생동물 사진전 결선 진출작인 벨기에 페트르 소크만 작 '사회적 거리두기 부탁합니다'. 스리랑카에서 촬영한 장미목도리앵무새이다./The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장미목도리앵무새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친구에게 발을 들어 보이고 있다. 마치 다급하게 동작을 제지하는 듯한 모습이다. 사진 작가는 스리랑카에서 포착한 이 장면에 최근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대유행을 빗대 ‘사회적 거리두기 부탁합니다’라는 재미있는 제목을 붙였다. 실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 웃음을 안겨준다.

올해 웃긴 야생동물 사진전(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0) 결선에 진출한 작품 44점이 발표됐다. 2018년 영국의 사진작가 폴 조인슨-힉스와 톰 설람이 시작한 이 대회는 야생동물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시상한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주는 동시에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목적을 함께 갖고 있다.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관심 높여

결선에 오른 작품 중에는 여우가 생쥐와 심각한 표정으로 얼굴을 맞댄 사진도 있다. 마치 둘이 대화를 나누는 듯한 모습이다. 과연 생쥐는 여우에게 무슨 제안을 해서 절체절명의 순간을 빠져나갈까. 사진작가는 이스라엘에서 포착한 이 장면에 ‘힘든 협상’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스러엘에서 포착된 여우와 생쥐의 '힘든 협상' 장면./The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0

쿠날 굽타 작가는 인도의 습지를 지나가는 코끼리 가족에 ‘엄마 잠깐만요, 제가 뭘 가져왔게요’란 재미있는 제목을 달았다. 세상 모든 게 신기한 아기 코끼리가 코로 덩굴을 쥔 모습이 마치 엄마에게 선물을 들고 온 모습처럼 보였던 것이다. 입안에 가득 물고기를 문 친구를 부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바다쇠오리, 온천에서 마치 챔피언처럼 두 팔을 든 일본원숭이, 자전거에 올라타 마치 경주라도 할 것 같은 랑구르원숭이들. 카메라를 향해 활짝 미소를 지은 지중해앵무새물고기 등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지중해앵무새물고기를 찍은 작품 '치즈'./The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0

◇동물보호단체 본 프리 재단이 후원

웃긴 야생동물 사진전은 동물보호단체인 ‘본 프리(Born Free)’ 재단이 후원하고 있다. 이 재단은 동명(同名)의 1966년 작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빌 트래버스와 버지니아 매케나 부부가 설립했다. 한국에서는 ‘야성의 엘자’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영화다. 케냐국립공원의 수렵감시원인 조지 애덤슨과 아내 조이 애덤슨이 어미 잃은 새끼 사자 엘자를 데려와 지극정성으로 키우다가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낸 실화를 영화로 만들었다.

미국 크리스티나 쉬프의 '좀 나눠줄 거지'. 영국에서 바다쇠오리를 찍은 작품이다./The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0

본 프리 재단의 이름은 동물 보호는 결국 ‘태어날 때 자유(born free)’였던 동물에게 계속 자연에서 살아갈 자유를 주는 것임을 알려준다. 그러면 그들의 행복한 일상이 또 이번 사진전처럼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한다.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을 꿈꾸는 사진전인 셈이다. 일주일간의 사파리 여행이 상품으로 주어지는 최종 우승작은 오는 10월 22일 발표된다.

쿠날 굽타는 인도에서 촬영한 코끼리 가족 사진에 ‘엄마 잠깐만요, 제가 뭘 가져왔게요’란 재미있는 제목을 달았다./The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