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가 되게 하는 신경회로를 발견한 생명과학자가 35억원이 넘는 상금을 주는 ‘실리콘밸리 노벨상’을 받는다.
브레이크스루 상(Breakthrough Prize) 재단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하버드대의 캐서린 뒬락 교수가 암수 생쥐의 뇌에서 신호전달물질인 갈라닌 단백질이 새끼를 양육하는 행동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힌 공로로 올해 브레이크스루 생명과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양육 행동 유발하는 신경단백질 규명
브레이크스루 상은 2012년 러시아 출신의 벤처투자자 유리 밀너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등이 만든 기초과학상이다. 상금이 300만 달러(약 35억6000만원)로 노벨상의 두 배가 넘는다. 실리콘밸리 투자자와 기업인들이 만들었다고 ‘실리콘밸리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재단은 이날 생명과학상 4명, 물리학상 2명, 수학상 1명 수상자를 발표했다. 수학과 물리학 분야의 신진 과학자상 수상자도 9명 발표됐다. 올해 상금은 222억원이 넘는다.
뒬락 교수는 생쥐의 뇌에서 새끼 양육에 관여하는 신경회로가 암수에서 똑같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1990년대에 쥐에서 성과 연관된 사회적 행동을 관장하는 페로몬 수용체를 발견했다. 아직 짝짓기를 하지 않은 수컷은 다른 수컷을 공격하고 새끼를 죽인다. 하지만 해당 수용체가 차단되면 암수 가리지 않고 짝짓기를 시도하고 새끼를 보살폈다.
뒬락 교수는 양육 행동과 관련된 신경에서 갈라닌 단백질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신경을 차단하자 암컷은 양육을 중단했다. 반대로 해당 신경을 작동시키면 짝짓기를 하지 않은 수컷도 어미같이 행동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로렌 오코넬 교수는 이날 네이처지 인터뷰에서 “캐서린 뒬락 교수의 연구는 해당 연구 분야를 완전히 바꾸었다”며 “수십 년간 암수의 뇌는 완전히 다르게 작동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설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대의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는 치료용 합성 단백질을 설계하는 로제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공로로 생명과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베이코 교수는 인터넷에서 단백질 입체 구조 문제를 푸는 폴드잇 게임도 개발해 일반인 25만여명을 단백질 연구에 참여시켰다. 그는 앞서 9일 사이언스지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되는 과정을 차단하는 새로운 단백질 구조를 발표하기도 했다.
홍콩 중문대의 데니스 로 교수는 임신부의 혈액에서 손상된 DNA를 발견한 공로로 생명과학상을 수상한다. 이 발견은 다운 증후군 같은 유전질환을 안전하게 검사하는 방법으로 이어졌다. 다른 수상자인 미 국립보건원(NIH)의 리처드 J. 율 박사는 파킨슨병과 관련된 단백질 두 가지의 기능을 밝혀 치료의 전기를 마련했다.
◇전자기력·핵력 통합에 특별상 수여
브레이크스루 수학상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마틴 하이러 교수에게 돌아갔다. 그는 2011년 확률 편미분 방정식으로 냅킨 표면에서 물방울이 어떻게 퍼지는지 풀어냈다. 하이러 교수는 2014년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 메달을 받았다.
물리학상은 워싱턴대의 에릭 아델버거, 얀스 군드락, 블레인 헤켈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뉴턴의 중력법칙이 52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미터) 단위의 세계에서도 유효함을 초정밀 진자 실험으로 입증했다. 이를 통해 암흑에너지의 미스터리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레이크스루 재단은 이날 미국 텍사스대의 이론물리학자인 스티븐 와인버그 교수를 기초물리학 분야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와인버그 교수는 방사능을 관장하는 약학 핵력을 전자기력와 통일시켰다. 그는 이 공로로 197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올해 브레이크스루 상 시상식은 코로나로 인해 내년 3월 21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