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퀴디치 경기의 날개달린 공을 닮은 바다나비. 둥근 등껍질 옆으로 나온 날개 모양 다리를 퍼덕여 헤엄친다./Aquatilis Expedition

영화 ‘해리 포터’에서 마법학교 학생들은 지팡이를 타고 날개가 달린 공을 잡는 퀴디치 경기를 벌였다. 해리 포터가 그렇게 잡으려고 애를 쓰던 날개 달린 공이 바다에 나타났다. 둥근 등껍질 양쪽에 달린 날개가 움직이자 나비처럼 유유히 물 위로 올라간다. 모습 그대로 이름도 ‘바다나비(sea butterfly)’로 불리는 바다달팽이다.

미국 사우스 플로리다대 기계공학의 데이비드 머피 교수는 지난 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첨단 해양과학’에 “고속카메라 촬영을 통해 바다나비들이 등껍질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헤엄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바다나비 연구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해양 탄소 순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됐다. 바다나비를 이용한 수중 로봇도 개발할 수 있다.

바다나비로 불리는 유각익족류 바다달팽이가 헤엄치는 모습. 등껍질이 둥글고 작은 종류가 물의 저항을 가장 많이 받아 속도가 느렸다./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등껍질 모양 따라 수영 속도 달라져

바다나비는 유각익족류(有殼翼足類)로 분류되는 연체동물이다. 등껍질이 있고 날개 모양의 다리를 가졌다는 의미다. 이 작은 동물은 낮에는 천적을 피해 바다 밑바닥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날개를 퍼덕여 수면으로 50~300씩 올라가 먹이를 잡는다. 바다에는 이런 바다달팽이가 수십억 마리가 살지만 실험실에서 키우면 며칠밖에 살지 못해 어떻게 이동하는지 연구하기가 어려웠다.

머피 교수는 공학자와 생물학자들로 연구진을 꾸려 2017~2019년 바하마에서 9종의 바다달팽이를 채집했다. 길이는 0.9~13.1㎜였다. 대부분 바다나비였지만, 친척뻘 되는 무각익족류, 즉 등껍질 없이 날개다리로 헤엄치는 종류도 있었다. 무각익족류는 바다천사(sea angel)로 불리는데,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 달리 친척인 바다나비를 잡아먹는 육식성 동물이다.

다양한 바다달팽이들.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세 종은 등껍질을 가진 바다나비이며, 오른쪽 아래는 등껍질이 없는 바다천사이다. 바다천사는 바다나비를 잡아먹는다./스미스소니언연구소

연구진은 바다달팽이들을 수조에 넣고 고속카메라로 촬영했다. 이 영상을 잠수정이나 항공기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유체역학으로 분석한 결과, 바다나비는 몸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유영 속도와 형태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바다나비는 모두 수면으로 올라갈 때는 톱니모양으로 나선을 그린다. 초속 12~114㎜로 상승하므로 1초에 몸길이의 1~24배까지 이동하는 셈이다. 사람으로 치면 초속 40로 수영하는 것과 맞먹는 엄청난 속도이다. 반면 내려올 때는 거의 수직으로 비슷한 속도를 낸다.

바다나비의 유영. 등껍질이 유선형으로 긴 종류가 가장 빨리 헤엄치는 것으로 밝혀졌다./미 사우스플로리다대

바다나비 중에는 등껍질이 비행기 날개처럼 유선형으로 긴 종이 가장 빨리 수면으로 올라갔다. 퀴디치의 공처럼 나선형 둥근 등껍질을 가진 바다나비는 가장 속도가 느렸다. 머피 교수는 “크기도 작고 몸 표면적도 커 물의 점도를 이겨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퀴디치 경기의 날개 달린 공을 닮은 바다나비. 날개 모양의 발을 움직여 헤엄친다./NOAA

◇생태계 보전과 로봇 개발에 도움

점도는 유체가 흐르지 않게 저항하는 성질이다. 유선형 등껍질은 물살을 잘 가르며 헤쳐나가지만 둥근 등껍질은 점도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바다나비가 바다 밑바닥으로 내려갈 때는 등껍질을 행글라이더처럼 활용해 속도를 늦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바다나비 연구 결과는 해양생태계 보전에 유용한 자료가 된다. 바다달팽이는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 세계 탄산염의 12~13%가 바다달팽이의 등껍질을 이루는 탄산칼슘 형태로 깊은 바다에 가라앉는다. 등껍질이 녹으면 다시 바다로 탄소 이동이 일어난다. 바다나비의 이동형태를 알면 바다의 탄소 순환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또 바다나비의 우아한 움직임은 수중 로봇 개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머피 교수 연구진은 여러 동물을 모방해 바다와 하늘을 이동하는 소형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