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균(주황색)을 잡아 먹고 있는 호중구(노란색)의 전자현미경 사진./PLoS Pathogen

코로나 중증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 중증과 경증 환자를 쉽게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환자 진단은 물론 중증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의과학대학원 이흥규 교수 연구진이 백혈구인 호중구와 면역 조절 호르몬과의 연관성을 밝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중증도를 결정짓는 인자를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28일 국제 학술지 ‘첨단 면역학’에 실렸다.

◇백혈구 반응 지나치면 중증 코로나 발생

중증 코로나 환자는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의 증상을 보이고, 특히 폐 조직이 심하게 손상된다. 이에 대응해 호중구 등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숙주를 보호하기 위해 면역반응을 보이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면역 단백질인 사이토카인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은 장기에 치명적인 염증을 유발한다.

코로나 감염 환자 중 글루코(당질)코르티코이드 호르몬이 작용하면 과도한 면역반응이 억제돼 경증을 보인다(왼쪽). 호르몬이 작용하지 않으면 백혈구인 호중구가 활성화돼 면역반응이 과도해져 중증 환자가 된다(오른쪽)./KAIST

이 교수 연구진은 코로나 경증, 중증 환자들의 기관지 폐포에 있는 단일세포들의 유전 정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중증 환자의 기관지에는 그동안 곰팡이나 세균 감염에만 관여한다고 알려졌던 호중구가 경증 환자보다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호중구는 혈액에 있는 백혈구 중 50~70%를 차지하는 면역세포로, 외부 병원체를 먹어치운다. 연구진은 환자의 폐포에 몰려든 호중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대신 정상 상피세포를 공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로 인해 중증 코로나가 발생하다는 것이다.

◇면역억제 호르몬으로 중증 치료 가능성 제시

연구진은 또 호중구 증가를 유발하는 단백질이 글루코코르티코이드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도 밝혔다.

영국 런던의 한 약국에서 판매 중인 덱사메타손. 코로나 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콩팥 근처 부신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면역반응을 억제한다. 최근 영국에서 중증 코로나 환자의 사망률을 줄였다고 알려진 스테로이드제 덱사메타손이 바로 글루코코르티코이드와 결합하는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호르몬 작용을 도와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한다.

연구진은 중증 코로나 환자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와 결합하는 수용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결국 호르몬이 호중구 증가를 막지 못해 과도한 면역반응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코로나는 사람마다 증상이 판이하다. 그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진다. 환자의 중증도를 판별하려면 확실한 생체 지표가 있어야 한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로 코로나19의 중증도를 결정하는 생체 지표를 발굴했을 뿐 아니라, 덱사메타손 등의 글루코코르티코이드 면역 억제제를 활용해 중증도를 개선할 치료제 개발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ˮ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