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내륙에 상륙하지 않고 동해안 바다를 따라 북상할 것으로 예보됐던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7일 오전 울산 인근 내륙에 상륙했다. 하이선은 동해안 내륙을 따라 올라가다 강릉에 도달한 뒤 오후 1시 30분쯤 강릉 북쪽 동해 해상으로 빠져나갔다.

7일 오전 강원 동해안에 태풍 '하이선'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강릉 도심 도로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연합뉴스

하이선은 이날 오전 9시쯤 울산 남쪽 해안에 상륙했다. 기상청은 하이선이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고 가까운 동해상을 따라 북진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태풍의 경로가 서쪽으로 이동하며 내륙으로 올라왔다. 태풍은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다 정오쯤 강릉 남남동쪽 100km 육상까지 도달한 뒤, 동해상으로 진출했다.

제10호 태풍 '하이선' 북상으로 경북지역에 태풍경보가 발효된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해안마을에 거친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뉴시스


중심 최대풍속은 초속 32m로, 태풍 강도가 ‘강‘에서 ‘중‘으로 다소 누그러졌지만 동해안 해안가에는 최대순간풍속 초속 30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었다. 강원 영동에는 시간당 40mm 내외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앞서 하이선이 지나간 경북 포항 구룡포에 최대순간풍속 초속 42.3m, 거제 서이말에 38.2m, 부산에 32.2m의 강풍이 몰아쳤고, 제주에는 어리목 544㎜, 선흘 529.5㎜ 등 500㎜가 넘는 많은 비가 쏟아졌다.

바다로 진출한 태풍은 향후 동해상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다가 8일 새벽 북한 청진 남남서쪽 140km 부근 해상에 다다른 뒤 차차 소멸할 예정이라고 기상청은 밝혔다. 기상청은 하이선이 12시간 이내에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된다고 예보했다.

◇ 이번엔 한·미·일 예측 모두 빗나가

앞서 마이선의 북상 경로와 관련, 한·미·일 기상당국이 각기 다른 전망을 내놔 결과가 주목됐다. 우리 기상청은 전날 하이선이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고 동해안 해상을 따라 북상할 것으로 내다본 반면 미국과 일본 기상청은 하이선이 부산 인근에 상륙한 뒤 한반도 내륙을 관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6일 한국기상청이 예측한 10태풍 하이선 북상경로./기상청

우리 기상청은 전날 오후 하이선이 7일 오전 오전 6시 부산 남동쪽 100㎞ 해상, 낮 12시 부산 북북동쪽 190㎞ 해상, 오후 6시 강릉 북북동쪽 190㎞ 해상을 거쳐 북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태풍의 중심이 한반도 내륙엔 상륙하지 않고, 동해상으로 살짝 비껴가면서 북상해 북한 청진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하이선이 한국 기상청 예상보다 서쪽으로 지나가면서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태풍경보센터(JTWC)는 하이선이 7일 새벽 부산 서쪽 육상으로 상륙할 것으로 봤다. 이후 한반도 중앙을 통과해 북한으로 올라갈 것으로 봤다.

지난 6일 일본 기상청이 예측한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경로.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

일본 기상청도 JTWC와 비슷하게 하이선이 7일 새벽 부산 서쪽에 상륙할 것으로 봤다. 다만 이후 북상 경로는 미국 측 예상보다는 다소 동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영남 지방을 관통한다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실제 하이선의 경로는 부산이 아닌 울산 인근에 상륙한 뒤 동해안 내륙을 따라 올라가 강릉까지 북상했다. 결국 이번 태풍의 경우 한·미·일 3국 기상당국의 예상이 모두 살짝 빗나간 셈이 됐다. 대체적인 경로를 보면 한국 기상청이 비교적 정확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한반도 상륙 여부에 대한 예측은 결과적으로 틀렸다는 평가다. 반면 미·일 기상당국은 한반도 상륙은 맞췄지만 상륙지점이나 북상 경로는 빗나갔다.

지난 6일 미국태풍경보센터(JTWC)의 제10호 태풍 하이선 예상 진로. /JTWC

◇마이삭 때도 한·미·일 경로 예측 달라… 결과는 한국 승리

앞서 제9호 태풍 ‘마이삭’ 이동 경로를 놓고도 우리 기상청과 미·일 해외 기관의 예측이 엇갈렸지만 당시엔 한국 기상청의 예보가 정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기상청은 지난 3일 새벽 태풍 마이삭이 거제와 부산 사이쯤 상륙해 부산과 울산 등 영남 지역을 관통한 뒤 같은 날 오후 6~9시쯤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JTWC는 마이삭이 전남 여수와 남해 사이에 상륙해, 한반도 중앙을 직선으로 통과하며 북한으로 올라간다고 예상했다. 일본 기상청은 기상청과 미국 JTWC의 중간 정도 지점인 전남과 경남 사이로 들어와 동쪽으로 약간 치우쳐 한반도를 빠져나갈 것이라고 봤다

마이삭의 실제 경로는 한국 기상청 예측이 가장 정확했다. 마이삭은 3일 오전 1시 40분쯤 거제도 남단을 지나 오전 2시 20분쯤 부산 남서쪽 해안에 상륙했다. 이후 한반도 동쪽을 지나 오전 6시30분쯤 강릉 인근 동해 앞바다로 빠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