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10년 만에 재개봉한 할리우드 SF (공상과학) 영화 ‘인셉션’은 꿈속에서 세상을 자기 마음으로 설계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 중 중력의 법칙을 변형해 땅과 하늘의 경계가 사라지고 건물들이 아래위로 겹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과학자들이 영화의 상상력을 실험실에서 물리법칙으로 구현했다. 프랑스 파리고등산업물리화학학교(ESPCI)의 엠마누엘 포르 교수 연구진은 지난 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하늘에 거꾸로 매달려 떠다니는 보트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진동의 힘으로 액체 공중 부양
포르 교수가 연출한 이 장면은 영화 특수효과 기법 대신 진동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연구진은 점도가 높은 실리콘유나 글리세롤을 투명 수조에 붓고 주사기로 가운데에 공기를 밀어 넣었다.
밀도가 낮은 물질은 위로 가고 높으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기름이 물에 뜨는 것도 같은 이치다. 기름을 먼저 붓고 물을 조심스럽게 넣으면 잠시 물이 기름 위에 뜨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중력에 의해 물방울들이 기름 사이로 떨어지기 시작해 이내 위치가 바뀐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물체에 진동을 가하면 일반 물리법칙을 거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978년 노벨물리학상을 구소련 과학자 표트르 레오니도비치 카피차는 진동을 통해 추가 거꾸로 서 있게 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액체도 마찬가지다. 2013년 스위스 과학자들은 음파의 진동으로 액체를 공중 부양시키기도 했다.
포르 교수 연구진은 수조에서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액체 가운데에 공기를 주입하고 그대로 공중 부양했다. 그 결과 액체 사이에 공기층이 갇힌 형태가 됐다.
◇액체 아래위로 떠 있는 보트
연구진은 여기에 다른 과학자들이 해보지 못한 실험을 추가했다. 공중 부양한 액체층의 바닥에 물체를 띄우는 것이다
공중 부양한 액체는 그 무게로 그 아래 공기층을 압박한다. 자연 공기층의 밀도가 높아진다. 이 상태에서 공중 부양한 액체의 바닥에 물체를 띄우면, 밀도가 높아진 공기가 위로 미는 힘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생각했다.
연구진은 공기 층 위에 뜬 액체의 바닥에 3D(입체) 프린터로 찍어낸 요트 모형을 넣었다. 그러자 예상대로 요트가 거꾸로 떴다. 또 한 척은 액체의 위 표면에 띄워 영화처럼 거꾸로 마주보는 모습이 연출됐다.
만약 잔물결처럼 액체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이 균형 상태는 깨진다. 연구진이 실험에 점도가 높은 액체를 사용한 것도 이런 변화를 막기 위해서다.
연구진은 약 0.5리터의 액체를 20센티미터 면적까지 공중 부양했다. 포르 교수는 “더 흔들 수만 있다면 한계는 없다”고 말했다. 진동만 유지할 수 있다면 실제 배라도 하늘 위 바다에 띄울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 바다는 잔물결이 없는 끈적한 액체로 채워야 하지만 말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의 블라디슬라프 소로킨 교수는 이날 네이처에 실린 논평 논문에서 “이번 연구는 직관에 반하는 결과”라며 “진동 기계 시스템에서 밝혀내고 설명해야 할 놀랄 만한 현상들이 특히 기체와 액체 사이에서 계속 나올 것을 예시한다”고 밝혔다.
포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액체와 고체를 섞거나 다시 분리하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