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미분양 주택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도시형 생활주택 등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한 탓이다. 아파트에서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로 확산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던 과거 집값 상승기와 달리 최근 실거주 중심의 아파트로 수요가 쏠리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서울시의 미분양 현황 데이터에 따르면 2월 말 서울시 민간 미분양 주택은 1132가구로 전월 말 914가구에 비해 23.85%(214가구) 늘어났다. 경기와 인천의 미분양 주택이 각각 4.2%(169가구), 0.8%(101가구)씩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전월보다 미분양 증가 폭이 가장 큰 곳은 마포구였다. 마포구의 미분양 주택은 271가구로, 기존 47가구보다 미분양 물량이 224가구 늘어났다. 이어 양천구에서만 미분양 주택이 1가구 늘었고, 나머지 자치구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소폭 감소하거나 그대로였다.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강동구(343가구)였다.
서울에서 증가한 미분양 주택은 도시형 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물량이 다수를 차지한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300가구 미만 규모로 공급되는 소형 주택으로, 원룸형·단지형 다세대·연립주택 등 다양한 형태를 포함한다.
마포구에서 증가한 미분양 물량은 도시형 생활주택(라비움 한강)이다. 라비움 한강은 분양 물량 중 2월 말 기준 224가구가 미분양됐다. HL디앤아이한라에서 시공하는 라비움 한강은 지하 7층~지상 38층으로 소형주택(전용면적 40~57㎡) 198가구, 오피스텔 65실(전용면적 66~210㎡) 등 총 263가구로 조성된다.
마포구에 다른 미분양 주택은 도시형 생활주택인 빌리브 디 에이블(47가구)이다. 빌리브 디 에이블은 지하 6층~지상 23층의 도시형 생활주택 299가구와 오피스텔 34실 등 총 333가구로 구성됐다.
서울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과거에는 아파트의 수요가 비아파트까지 확산됐지만, 최근에는 이런 현상이 제한적으로 나타나면서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0~2021년 집값 상승기에는 아파트 중심의 수요가 오피스텔 등으로 대거 넘어갔다. 그러나 현재는 토지거래허가제·규제지역 지정으로 실거주 중심의 수요가 있는 데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 상승 기대가 당시만큼 크지 않아 아파트 수요가 비아파트까지 번지고 있지 않다. 아파트 이외에는 실거주가 가능한 주거용 대형 오피스텔이나 가성비 좋은 소형 주택 정도로만 수요가 확산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번에 미분양이 발생한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도 이런 경향을 보였다. 라비움 한강은 3~4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전용면적 57㎡는 20억원대의 분양가에도 수요가 있었지만, 전용면적 40·42·45㎡는 분양가가 17억~19억원대로, 대거 미분양됐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과거에는 가격 상승 여력이 뚜렷해서 투자 목적으로 (비아파트) 매입 수요가 있었지만, 이제는 실거주를 위해 매입하는 수요가 많다”며 “주택 시장은 아파트에서 많은 수요가 이동하는 상황은 아니다. 가성비가 좋은 유사 상품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마포구의 미분양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고분양가로, 인근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정도의 가격이라서 더욱 수요가 떨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브랜드 아파트 단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요즘 서울 미분양은 평형이나 단지 규모가 작은 곳 위주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